밴쿠버 올림픽 중계 둘러싼 방송 3사 입장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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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SBS 노영환 홍보부장  비용 혼자 감당했는데 이제 와서 …

2006년 중계권을 가져왔을 때 (이전에) 3사 화면이 똑같다는 불만이 있어 순차 편성을 전제로 얘기를 해 왔는데 양사에서 별로 반응이 없었다. SBS가 그동안 중계에 따른 부대비용을 혼자 감당해 왔는데 이제 와 단팥만 먹겠다는 거다. 방통위에 조정신청을 해 놓고 협상하자고 하는 건 협상 자세가 아니다. 우리가 협상에 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방통위 결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올림픽은 물리적으로 공동 중계가 불가능하다. 자기네한테 라인 뽑아 줘서 스튜디오 중계를 하겠다는데 그런 경우는 없다. SBS는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단독 중계를 전제로 편성표를 짰다. 방통위가 개별 방송 행위에 대해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KBS 박영문 스포츠국장  국민 관심 경기 단독 중계 안 돼

SBS가 3사 풀을 깨고 국부를 유출한 부분이 있다. 국민의 관심 경기를 SBS 단독으로 중계하는 건 안 된다. SBS가 지방 제휴사와 계약하면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방송법 본래 취지에는 어긋난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상업방송의 이윤 추구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KBS의 입장은 공적 콘텐트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공영방송인 KBS가 중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SBS는 지난해 6월 단독 중계를 거의 결정한 것 같다. 월드컵에 한국·일본·북한이 올라가니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 종편을 앞두고 채널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걸로 보인다. 겨울올림픽은 개막 5일 전에만 합의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현장감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이번에 결국 SBS 단독 중계로 가면 다음 중계권 협상에서 가격이 또 오른다.

MBC 이도윤 스포츠 기획부장  협상 응하지 않는 SBS가 문제

일단 3사가 중계권을 배분받아 방송을 시작하고, 협상은 추후 지속적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SBS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돈을 얼마 내라’ 이런 얘기조차 없다. 올림픽 중계는 개막 사흘 전에만 합의돼도 할 수 있다. 현장에 중계석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위성으로 필요한 걸 받아 스튜디오에서 방송하면 된다.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협상을 통해 한꺼번에 일괄 타결하려 한다. SBS는 국민의 채널 선택권이 넓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정서상 김연아 선수가 경기하는 데 다른 드라마를 볼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화면이 같다고 해도 해설도 다르고 아나운서도 다르고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는 거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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