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의 최고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고추.칠리소스를 넣은 '불버거(불처럼 매운 햄버거)'와 '불도그(불처럼 매운 핫도그)'에서 중국집의 고추 자장면까지-.
최근 매운맛 열풍이 거세다. 불황이 사람들의 입맛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추의 매운 캅사이신 성분이 체내에서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몸이 매운맛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FC창업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사회심리학적으로 불황 때는 자극적인 맛이 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닭발.꼼장어.치킨 등 웬만한 외식업종도 대부분 매운 메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달 초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넣어 맵게 만든 '사천요리 짜파게티'를 내놓았다. 짜파게티를 1984년 출시한 이래 새로운 맛을 가미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 피자헛은 최근 고추장 불고기.매운 김치 등을 첨가한 '핫 앤 스위트 피자'를 출시했다. 고추장 또한 한층 매워지고 있다. 장류업체 해찬들은 지난달 청양고추를 넣어 매운맛을 강화한 '태양초 매운 고추장'을 출시했다. 이 회사 조원영 마케팅이사는 "시장조사 결과 매운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더 매운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상이 만드는 '순창 태양초 매운 고추장'은 올 상반기 매출이 늘면서 시장 점유율이 5.2%까지 올랐다. 대상의 안영후 마케팅 팀장은 "최근의 매운맛 열풍은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회심리적 요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초불닭 2호집에서 만난 회사원 최영석(34)씨는 "맵게 먹고 나서 땀까지 시원하게 흘리면 가슴 속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라며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식품과학부 이철 교수는 "자극적으로 매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위를 해칠 가능성도 커진다"고 충고했다.
정현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