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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탄성 자아낼 '보르도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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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보르도〓유지상 기자]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한 샤토(포도농장).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달 19일, 일꾼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 굵은 땀을 흘리며 포도를 따는데 여념이 없었다.

9월초부터 시작된 올해 포도 수확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욱 분주하지만 일꾼들의 모습에선 전혀 피곤한 기색을 찾아 볼 수 없다.

"올 포도는 최상의 품질입니다. 지난 여름 거센 폭풍이 지나가 크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맑은 날씨가 계속돼 포도나무마다 상큼한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이곳의 생산책임자인 프란츠 스테파니의 말이다.

다른 포도농장인 샤토 마뇰. 앞서 포도수확을 끝낸 이 곳에서는 발효공정에 들어간 포도즙의 품질을 검사하는 중이다.

보름 정도된 발효 포도즙을 와인잔에 받아 촛불에 비춰보고,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입안에 넣어 맛을 음미하던 와인전문가 디안 플레만드는 "엑셀랑(훌륭하다)" 을 연발한다.

고급 와인의 주산지로 정평이 나 있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 메독.포이악.생테밀리옹.마고 등지의 5천여 포도농장들이 새 천년 첫 포도수확을 마무리하면서 한껏 들떠 있다.

2000년 빈티지(생산연도)의 와인은 워낙 포도 품질이 뛰어나 경이적인 맛을 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원료인 포도의 품질. 포도는 기후에 따라 품질에 큰 영향을 받는데 유명 샤토에서 생산된 와인이라고 해도 연도에 따라 품질 차이가 심한 경우가 많다.

워낙 보르도 지방은 온화한 기후에 풍부한 수자원, 배수가 용이한 토양 등 포도 재배지로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지역. 게다가 철저한 품질관리로 최고급 와인임을 입증해주는 AOC등급 와인이 프랑스 전역 중 가장 많이 생산되지만 매년 포도작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전세계로 가장 많은 와인을 수출하는 바통 앤드 게스티에와(B&G)의 에티엔 브럴트 사장은 "올해 보르도 지방 포도는 단맛과 신맛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레드 와인에 많이 쓰는 메를로 품종은 근래에 비교할 수 없는 맛과 향을 내고 있다" 며 "내년 4월 2000년 빈티지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전세계가 깜짝 놀랄 것" 이라고 말했다.

국내 와인 전문가로 보르도 지역 포도작황을 둘러본 김혁씨도 "보르도 지방의 2000년산 와인은 최근 몇 년안의 빈티지 중 최고로 꼽는 1995년산과 98년산보다 나은 수준이 될 것 같다" 고 내다 봤다.

새 천년 첫 와인인 부르고뉴 지방의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 또한 요즘 보르도 지방을 술렁이게 하는 화두다.

비록 지역은 다르지만 보르고뉴 지역 역시 포도작황이 좋아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다 보졸레 누보의 평가가 보르도 지역의 와인 평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

보졸레 누보는 보르고뉴의 보졸레지역에서 매년 첫 수확한 포도를 4~6주동안 짧게 숙성해 만드는 그 해 최초의 와인. 4~10개월 숙성하는 일반 와인은 빨라야 이듬해 봄이나 맛볼 수 있지만 보졸레 누보는 전통적으로 11월 세번째 목요일(올해는 16일)0시에 전세계로 출하되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약 한 달동안 소비가 이뤄진다.

숙성기간이 짧아 포도향이 풍부하고 신선하며 떫은 맛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와인수입업체인 아영주산 한태호이사는 "프랑스의 올해 포도작황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간에 프랑스산 와인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며 "특히 보르고뉴 지방의 보졸레 누보와 보르도 지방의 고급 와인은 새 천년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고 설명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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