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외고 ‘면접 전형’ 들여다보니…내신 29등 합격했는데 7등은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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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A양은 지난해 10월 공립 울산외고에 지원했다. 올해 3월 개교하는 이 학교는 울산교육청 주관으로 지난해 말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신입생 전원(153명)을 선발했다. A양은 자기소개서에 “2학년 때부터 장애인 체육대회나 장애인 도우미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적었다.

면접에서 “봉사를 하며 느낀 점이 뭐냐”는 입학사정관의 질문에 “장애인인데도 피아노를 매일 연습하고 뮤지컬 배우로도 출연한 언니를 보며 꿈을 이루려면 뛰어야겠다고 느꼈다”고 대답했다. A양의 생활기록부에는 이 같은 봉사활동이 소상히 적혀 있었다. A양은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울산외고에 합격했다.

올해 중3이 치를 외국어고 입시에서 내신 상위권(중 2, 3학년 영어성적) 학생 간 변별력이 떨어져 면접과 서류심사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전망되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당황하고 있다. 본지는 교사추천서 등 서류 작성의 모델이 된 경기외고(본지 1월 26일자 3면)에 이어 울산외고의 면접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6일 발표한 외고 입시 개편안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한 두 학교의 모델 사례가 대부분 반영됐다.

울산외고는 1단계에서 내신으로 2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특별전형은 면접만으로, 일반전형은 내신과 면접을 4대 1의 비율로 반영했다. 내신만 영어로 바꾸면 교과부 개편안과 똑같은 셈이다. 울산외고의 면접 진행 방식과 평가 방법을 보면 올해 외고 입시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봉사활동에서 큰 점수 차=울산교육청은 전직 교수·교육장·교감 등을 포함한 42명을 입학사정관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3박4일간 합숙하며 수험생의 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입학계획서)·교사추천서를 깐깐하게 뜯어봤다. 평가 항목은 봉사활동(30점)·독서활동(30점)·체험활동(20점)이었다. 이 학교 정인규 교사는 “1단계에서 2배수인 30명을 뽑은 영어과 특별전형에서 내신 29위를 한 학생이 면접을 잘해 합격한 반면 내신에서 7, 8위를 한 학생은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울산외고 입시 결과 면접 중 점수 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 항목은 봉사활동이었다. 정 교사는 “독서활동에서도 점수 차가 났으나 체험활동은 변수가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개인별 질문 미리 준비=울산외고 입학사정관들은 서류를 보고 점수를 매긴 뒤 면접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만 콕콕 질문했다. 평가 항목별로 학생당 면접 시간은 2분에 불과했다.

정 교사는 “사정관들이 사전에 서류를 꼼꼼히 본 뒤 꼭 검증해야 할 질문을 준비했기 때문에 2분을 20분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은 양보다 질을 봤다. 자발적인 활동과 지속성(2개 학년 이상) 등을 평가했다. 면접관들은 “진로에 적합했다고 생각되는 봉사 사례와 이유를 설명하라” “스스로 계획한 활동 내용과 방법을 말하라”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 면접 전 질문을 알려주고 2분간 준비할 시간을 줬다.

독서활동은 읽은 책 두 권의 내용과 감상을 적어내도록 했다. 교과부 개편안도 같은 양식이다.

사정관들은 면접에서 독서를 통한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집중했다. 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저자가 제기하려는 문제가 뭔지를 파악했는지, 비판적 관점을 갖거나 대안을 제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주로 던졌다. 정 교사는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드러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생각 없이 줄거리 소개에 급급하거나 암기하듯 주제를 말하는 학생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학생은 인터넷 검색 결과 표절을 한 것으로 판명돼 0점 처리했다”고 말했다. 체험활동 면접에선 “어떤 역할을 했고, 인상적인 경험을 말해보라”는 식의 질문이 나왔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인원이 많아 면접에선 검증을 주로 하기 때문에 서류를 충실히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성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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