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 사실상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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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평양=김진 특파원]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평양을 방문 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전격 회담을 가졌으며 북.미간에 논란을 빚던 현안 대부분에 대해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4일 오전 두번째 회담을 가진 뒤 올브라이트 장관이 오후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회담 내용을 발표한다.

두 사람의 회담은 당초 24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金위원장이 이날 오후 3시7분 올브라이트 장관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를 직접 찾아갔다.

金위원장은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것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이고 매우 기쁘다" 면서 "조명록(趙明祿)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만날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올브라이트 장관은 "趙특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양국 사이에 아무런 논쟁도 없었고 모든 게 다 부드럽게 풀려나갔다" 고 화답한 뒤 회담을 시작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金위원장에게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3시간 동안의 회담에서 양측은 핵과 미사일문제, 테러지원국 해제, 상호 연락소 개설 등 포괄적인 내용을 모두 거론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도 사실상 합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회담은 실질적이고 유용했으며 金위원장은 양국 현안 논의에 깊이 개입했다" 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에는 미국측에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 스탠리 로스 동아태 담당차관보,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 찰스 프리처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 등이, 북한측에서는 강석주(姜錫柱)외무성 제1부상 등이 배석했다.

오후 8시부터는 金위원장이 백화원 초대소에서 환영 만찬을 주재했다.

조명록 부위원장은 金위원장 대신 낭독한 만찬사에서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문으로 새로운 조미(朝美)관계가 조성되고 있으며 양국의 선린 우호는 조선 반도와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답사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클린턴 대통령간의 친서 및 안부교환과 양국 고위 관리의 상호 방문, 그리고 최근의 공동 성명은 몇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고 지적하고 "내일 회담에서 더 많은 결실이 있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23일 오전 7시 전용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 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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