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각계반응] 김승훈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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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78년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뒤 서울 동대문성당으로 나를 찾아와 '金신부님' 하며 제 손을 붙들고 울먹이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하던 일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13일 저녁. 김승훈(金勝勳.62.서울 시흥동성당.사진)신부는 동지이자 사제와 신도로서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한 암울한 시절의 기억을 하나씩 풀어 놓았다.

金신부는 5.16 쿠데타 이후인 61년 강원도 인제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하면서 처음 그를 알게 됐다고 한다.

유신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70년대 들어 金신부 역시 민주화 투쟁과 평화운동의 길에 나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몸담게 된다. 이때부터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金신부는 "DJ를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처음 느낀 것은 76년 3.1 명동성당 시국성명 발표와 관련, 함께 법정에 섰을 때였다" 고 말했다.

빈틈없는 논리와 당당한 자세로 소신을 밝혀 함께 선 피고인들에게 힘을 주었고 재판부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金신부는 기억한다.

金대통령은 완벽한 논리를 지닌 지략가이자 추진력 강한 지도자였지만 또한 남다른 신앙심을 가진 천주교 신도이기도 했다고 한다.

73년 8월 이른바 '김대중 납치 사건' 이후 몰라보게 야윈 몸을 이끌고 성당을 찾아와서는 "하느님 전 할 일이 많은데 데려가면 어떻게 하십니까. 살려주십시오" 라며 매달리다시피 기도를 했다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평화통일이라는 위대한 과업을 완수해주길 기원한다" 고 주문했다.

전진배.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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