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록 미국방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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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였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워싱턴에서의 3박4일 일정을 끝내고 12일 오전(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군복외교' 라는 신조어를 포함해 많은 화제를 남겼다.

○…趙특사는 12일 오후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방문했다.

50년 전 한반도에서 미국과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형식적으로는 아직도 미국과 전쟁상태(정전협정)인 북한의 군 실력자가 미 국방부를 찾은 것이다. 전날 클린턴 대통령을 만날 때 군복을 입었던 趙특사가 이날은 양복차림이었다.

국방부 현관에서 기다리던 로빈 디크니 의전장과 패트 밀스 군사의전관(해군 중령)이 그를 맞았다. 趙특사는 미소로 화답했고, 이들의 안내로 3층으로 올라가 코언 장관을 만났다.

○…국방부 방문에 앞서 趙특사는 오전 10시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의 본격 회담을 위해 국무부를 찾았다.

趙특사는 현관에서 찰스 카트먼 한반도 평화회담 담?특사와 메리 멜 프렌치 국무부 의전담당 대사의 영접을 받았다.

국무부 청사 8층의 매디슨 룸에서 열린 회담에는 미국측에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스탠리 로스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담당 대사 등 7명이, 북한측에선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장계현 국방위원.장창천 외교부 미주국장.이형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대사 등 8명이 배석했다.

趙특사는 예정보다 15분이 긴 1시간15분 동안의 회담을 마친 뒤 혼자 청사를 떠났다. 북한의 다른 인사들은 셔먼 조정관과 실무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협의했다.

○…趙특사는 이날 저녁 숙소인 메이플라워 호텔 세니트룸에서 북한 사절단 10여명과 미국측 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의 마지막 저녁식사' 를 주최했다.

만찬장에는 10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네개가 배치됐으며 각 테이블엔 통역이 한명씩 배석했다. 통역을 위해 일찍 호텔에 도착한 교포 오미희씨는 "북한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영어를 잘 알아듣더라" 고 소개했다.

국방장관과의 회담 후 오후 5시쯤 숙소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 趙특사는 7시45분쯤 세명의 북한 인사와 함께 만찬장으로 들어갔으며 곧이어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입장했다.

호텔측은 만찬 한시간 전부터 언론의 접근을 통제하다가 만찬이 시작되자 갑자기 일부 언론의 취재를 허가했다.

이는 올브라이트 장관이 답사에서 "이른 시일 안에 북한 방문 합의" 라는 중요한 뉴스를 터뜨리기 때문인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趙특사는 환영사를 맺으면서 "나는 21세기 새로운 조.미 관계를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올브라이트 장관과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제의한다" 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북돋웠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답사를 끝내면서 "우리 두 나라 사이에, 그리고 두만강에서부터 대한해협까지 한반도에 평화와 상호 안전보장의 미래가 열리도록 건배하자" 고 제의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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