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던 대법원장 관용차 계란에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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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의 판결에 반발하는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차량에 날계란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벌여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1일 오전 7시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자유개척청년당 회원 50여 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앞에서 대법원장의 출근을 막으려 했다. 이들은 “좌파적인 판결에 책임을 져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어 오전 8시40분쯤 공관 인근의 육교에서 기다렸다가 이 대법원장이 탄 관용차에 계란 4개를 던졌다. 조수석 유리창에 한 개, 뒤따르던 의전 차량 지붕에 계란 두 개가 떨어졌다. 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은 “상식에 어긋난 판결을 보고 흥분해서 계란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어버이연합 등의 회원 30여 명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의 양천구 집 앞에서 19일 아침 항의 시위를 벌였다.

대검 공안부는 이날 “최근 법원 판결과 관련해 불법집회나 시위·투척·폭력 등을 행사하고 있는 단체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관할 검찰청에 지시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후 대법원 앞에서 사법부 규탄 집회를 벌이던 보수단체 회원 180여 명 중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최근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 대해 신변 보호를 하고 있다.

대법원 오석준 공보관은 “각자 처한 입장과 생각은 다를 수 있으나 비이성적인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바른사회시민사회 전희경 정책실장은 “판결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차분하게 대응해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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