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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열풍 100% 활용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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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이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문화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류는 1997년 중화권을 대상으로 하는 홍콩 스타TV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가 중국 시청자들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한류 열풍은 장르면에서 음반.영화로, 지역면에서는 중화권.동남아.일본은 물론 최근에는 미주지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 같은 한류 열풍은 우리 국민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것은 물론 국가이미지 제고를 통해 수출증대와 관광진흥 등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해줘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류가 시작된 지 7년이 지난 지금 한류현상을 보다 냉정하게 점검해 볼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우선 한류 열풍이 방송.영화 등 문화콘텐트의 수출증대에 기여하고 있으나 음반.DVD 등의 불법복제 성행으로 수출증가율이 기대만큼 높지는 않다. 상품수출 증대효과는 휴대전화.가전.화장품 등 일부 소비재에서 나타나고 있으나 직접적인 수출증대 효과보다는 바이어와의 협상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의 간접적인 효과에 그치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한류와 관련된 테마관광상품의 개발로 올해 들어 7월까지 전년보다 47% 늘어난 174만명을 기록했지만 특정 드라마, 특정 스타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지속적인 관광객 유인 수단이 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의 한류는 연예기획사 및 관광여행사들에 의한 스타 중심의 상업전략만 있을 뿐 문화적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활용전략이 없었다. 우리는 과거 홍콩영화와 일본만화가 아시아를 열풍처럼 휩쓸다가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스러지는 것을 보았다.

문화는 감각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형태의 새로운 문화로 이 열풍이 옮겨갈지 예측할 수 없고 한류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한류의 지속과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미디어 및 연예.관광산업 분야에서 상업적 차원으로만 전개되어 온 한류현상을 이제 국가가 정책적으로 다루어 한류를 통한 국가이미지 제고는 물론 지식기반 콘텐트 및 상품수출 확대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류 국가와의 청소년 인적교류 및 공동 문화행사 개최 확대로 한류 기반을 다지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 등 문화콘텐트 제작 인프라 구축, 문화콘텐트 제작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지역별 수출마케팅 전략 추진, 외국의 광역미디어를 통한 문화콘텐트 저변 확산 등을 통해 문화콘텐트 수출을 늘려 나가는 한편 저질문화의 수출방지를 위해 해외수출 영화.드라마 등의 사전 심사 추천시스템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무역연구소의 실태조사 결과 수출기업들이 현지에서 한류를 실감하면서도 제품마케팅과 연계시키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한류와 상품수출을 연계시키기 위해 기업들로 하여금 수출드라마 내용에 맞춘 기업광고 제작, 영화개봉 이벤트와 기업프로모션 연계, 한국문화 공연을 마케팅에 연결시키는 전략 등을 적극 전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관광의 경우에도 '대장금'의 수라상을 음식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한방치료도 관광패키지로 개발함으로써 한국의 고유문화와 연계한 고부가가치의 테마관광상품을 통해 외국관광객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우리는 한류를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이전에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야겠지만 우리 문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역사상 유례없는 기회를 잘 포착해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 또한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