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레더 내보낸 삼성, 꼴찌한테도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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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이 꼴찌 오리온스에도 대패하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테렌스 레더를 KCC에 내준 뒤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17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정 경기에서 오리온스에 60-78로 크게 져 6연패를 당했다. 삼성은 지난 7일 레더를 KCC에 트레이드한 뒤 단 1승도 보태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무너진 삼성 덕분에 오리온스는 9연패에서 벗어났다.

삼성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경기였다. 최대 악재는 체력이었다. 삼성은 전날 KT와 잠실 홈 경기(89-94 패)를 치른 후 대구로 이동해 2연전을 소화했다. 이상민(38)·강혁(34)·이규섭(33) 등 주전 대부분이 30대인 삼성은 초반부터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 오리온스의 새내기 허일영(25)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인 28점을 폭발시켰다.

삼성의 수비는 번번이 뚫렸다. 그동안 부진했던 오리온스의 식스맨 석명준(15점)이 야투 성공률 100%를 기록했을 정도다. 4쿼터 중반 점수 차가 20점까지 벌어졌는데도 삼성은 팀파울이 단 2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수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삼성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실책도 발목을 잡았다. 삼성은 턴오버 19개를 쏟아냈는데 이 중 9개를 이상민·이정석·강혁 등 베테랑 가드진이 만들어냈다. ‘가드 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레더가 빠져나가면서 해결사가 없어진 것도 문제였다. 삼성은 지난 시즌까지 ‘삼성 레더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격 시 레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공을 잡으면 우격다짐을 해서라도 득점에 성공하던 레더가 없어지자 삼성 선수들은 고비에서 누구에게 공을 줘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이번 시즌 전자랜드의 13연패 탈출에 희생양이 된 데 이어 오리온스의 연패 마감까지 도운 ‘불명예 도우미’가 됐다. 이날 오리온스는 주전 가드 김승현과 포워드 이동준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우리가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삼성의 체력이 떨어져서 쉽게 풀어간 경기”라고 말했다.

SK는 KT&G를 63-50으로 이기고 13연패 뒤 3연승을 달렸다. 동부는 모비스를 87-81로 이겼다. 1위 모비스는 이날 패배로 공동 2위 그룹(KT·KCC)에 반 경기 차로 쫓기게 됐다.

 이은경 기자

◆전적 (17일)

▶잠실학생

SK(11승26패) 63 - 50 KT&G(11승26패)

▶대구

오리온스(9승27패) 78 - 60 삼성(16승21패)

▶원주

동부(25승13패) 87 - 81 모비스(28승1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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