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단속 경찰 수난시대 … 음주운전 엄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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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음주운전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다. 아무리 단속해도 줄어들지 않는다. 지난 한 해 음주 교통사고가 전국에서 2만7782건 발생, 1009명이 숨졌다. 전년도에 비해 사고는 909건, 사망자는 40명이 늘었다. 선량한 시민들이 ‘달리는 흉기’ 앞에 무차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음주운전자는 예비 살인범이자 가정파괴범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불특정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빼앗는 것이다. 운전면허 소지자는 전국 2600만 명. 국민의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 1000명 중 13명꼴로 음주운전을 한다. 지난해 적발된 음주운전자가 32만8000명이다.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높아 두 차례 이상 적발된 경우가 2008년에 10만8583명이었다. 이 중 3회 이상이 32.5%다. 일시적인 객기(客氣)나 만용(蠻勇)이 아니라 습관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단속 경찰관도 수난이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다 사고를 당한 김지훈 상경은 한 달째 의식불명이고, 가족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는 보도다. 지난 한 해 음주운전을 단속하다 경찰관 1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 한밤의 이성 잃은 흉기로부터 경찰관을 보호할 효과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다. 현행법은 최고 3년 징역에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징역형을 내린 경우는 없다. 최근 음주운전에 뺑소니까지 범한 유명 연예인이 벌금 8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그에겐 ‘벌금’이 아니라 ‘푼돈’이다. 게다가 ‘생계형 음주운전’이란 구제장치도 있다. 여차하면 면허취소도 면허정지로 바꿔준다. 그러니 음주운전을 ‘재수 없어 걸린다’는 식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지난해에는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음주측정 장치가 달린 차량을 몰도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상습 음주운전자는 아예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은 알코올 농도 0.005% 이하라도 ‘주기(酒氣)운전’으로 처벌한다. 말레이시아에선 적발 즉시 감옥행이고, 재범에 사형을 선고하는 나라도 있다. 음주운전은 안 하는 게 정답이다. 본인을 위해서도, 낯 모르는 이웃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