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대구 서비스산업 지형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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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6일 동대구역 플랫폼이 KTX를 타고 내리는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대구지역은 KTX가 개통된 뒤 5년 동안 의료·문화예술행사 등 6개 서비스 부문의 이용 빈도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고속철 KTX가 개통(2004년 4월 1일)된 지 5년이 지났다. KTX는 그동안 대구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KTX가 개통된 뒤 승객들의 대구지역 서비스 이용은 늘어났다. 하지만 대구보다는 서울이 상대적으로 이용률이 더 많이 증가했다.”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분석연구실 곽종무(49·경영학박사) 연구위원은 최근 ‘대경CEO브리핑’을 통해 KTX가 대구지역 서비스 부문에 미친 효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KTX가 대구에 미친 영향이 과학적으로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13일부터 23일까지 화·수·목요일에 동대구∼서울역을 오간 KTX 승객 2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서울 쏠림 우려 ‘현실로’=KTX 승객은 지난 5년 동안 대구지역의 유통과 의료·교육·문화예술행사·학술행사·관광 등 6개 서비스 부문에서 KTX 등장 이전보다 더 많이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효과다. 이용 빈도는 세미나·학회 등 학술행사가 45.2%로 가장 높게 증가했고 다음은 전시회·음악회 등 문화예술행사(42.3%)가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은 관광·유통·의료·교육의 순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구지역의 서비스 이용 증가율은 KTX가 정차하는 도시인 서울·대전·부산 지역과 비교하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KTX 정차 4대 도시의 서비스 이용 빈도 전체를 100%로 보았을 때 의료서비스의 경우 서울이 82.6%, 대구는 8.7%를 차지했으며, 문화예술행사는 서울이 78.1%, 대구는 9.1%에 그쳤다. 나머지 부문도 모두 서울지역이 압도적으로 많이 증가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대구지역은 문화예술행사·의료·교육이, 부산은 관광과 유통, 대전은 학술행사 부문의 이용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동대구 역세권 개발 서둘러야=이번 조사에서 6개 서비스 부문 모두 서울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는 부정적인 블랙홀 효과가 우려됐다. 서울지역 서비스업의 높은 흡인력 때문이다. 관광과 유통·학술행사 부문에서 부산지역 블랙홀 현상도 일부 나타났다. 오는 11월 서울∼부산 전 구간이 고속철로 개통되면 부산 블랙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 연구위원은 “KTX 동대구 역세권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동대구 역사 부지는 장기적으로 유통·쇼핑, 업무, 호텔·오락 중심지로 복합 개발하되 휴게시설·환승·주차시스템을 개선하고 인근 역세권을 개발해 부정적인 블랙홀 효과를 차단하는 거점 관문으로 육성하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주중 KTX 이용자는 직업별로 회사원(48.8%)·개인영업자(16.3%)·공무원(12.6%)의 비중이 높았다. KTX를 이용하는 주된 목적은 사업·업무(75.8%), 친인척·지인 방문(9.3%), 교육(5.1%), 통근(2.3%) 등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KTX 이용 빈도는 5∼13회 미만(33.0%)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25회 이상(25.6%), 5회 미만(20.9%), 13∼25회 미만(20.5%)의 순으로 조사됐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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