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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삼국지’ … 구글·MS, 애플 아이폰에 선전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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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티브 발머(왼쪽)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 ‘CES 2010’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모바일 전략을, 에릭 쳉 구글 선임 프로덕트 매니저는 앞서 5일 마운틴뷰 본사에서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을 설명하고 있다. ‘CES 2010’ 행사를 전후해 구글·MS가 차세대 모바일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폰 전략을 잇따라 발표했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로이터=뉴시스]

연초부터 세계 휴대전화기 시장에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다.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아이콘을 확산시킨 애플의 아성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가 속속 선전포고를 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인 구글은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발표한 데 이어 단말기 제조회사와 함께 만든 ‘안드로이드폰’도 대거 선보였다. 이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 업체인 MS도 ‘윈도모바일(WM)’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승부수로 띄워 모바일 SW 시장 장악에 혈안이다.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로고) 2010’은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3대 거인인 구글·MS·애플의 ‘모바일’ 각축장이 됐다.

#‘모바일 왕국’ 꿈꾸는 구글

구글은 CES 개막을 앞둔 5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넥서스원을 전격 공개해 신년 벽두부터 스마트폰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구글의 기본 SW·콘텐트 설계를 바탕으로 대만 HTC가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구글의 검색 기능과 e-메일·지도 같은 콘텐트가 기본 탑재된 데다 ‘안드로이드마켓’(www.android.com/market)을 통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을 수 있다. 버라이즌 등 미국 이동통신회사에서 보급한다. 이통사를 통해 2년 약정으로 살 경우 200달러 미만이고, 서비스 계약 없이 단말기만 사도 아이폰보다 100달러 싼 529달러다.

구글은 넥서스원으로 애플 아이폰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특히 애플의 약점인 폐쇄적 서비스 구조를 공략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애플은 아이폰(단말기)-앱스토어(응용 프로그램 판매)-아이튠즈(음악 판매)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닫혀 있다. 아이폰이 3000만 대 이상 팔리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지만 제조회사나 이통사는 과실을 별로 얻지 못했다. 심지어 이통사에 돌아갔던 콘텐트 판매 수익까지 앱스토어로 거둬들였다. 이 때문에 미국 AT&T나 일본 소프트뱅크, 한국 KT처럼 각국의 후발 이통사들이 아이폰을 도입했다. 당장 돈은 안 되지만 아이폰의 브랜드 이미지를 등에 업고 시장을 뒤흔들기 위해서다.

구글의 공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는 애플 공략의 승부수다. 건물로 치면 설계도인 안드로이드의 원천기술(소스코드)을 무료로 공개해 제조사나 이통사가 자기 회사 제품에 맞게 마음대로 리모델링할 수 있게 허용했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제조사는 물론 미국 버라이즌, 유럽 보다폰, 한국 SK텔레콤 같은 각국의 선두 이통사들이 안드로이드폰을 반기는 까닭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MS의 윈도모바일 스마트폰인 ‘옴니아’ 시리즈에 이어 이번 CES부터 안드로이드폰인 ‘모멘트’를 내놓아 북미 시장 공략 모델로 내세웠다. LG전자도 올해 출시할 스마트폰의 절반은 안드로이드폰으로 채울 계획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구글이 가진 방대한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안드로이드가 LG전자 스마트폰의 주력 OS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다음 달 모토로라 단말기를 시작으로 올해 12종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MS·인텔 ‘윈텔 제국 역습’

1980년대부터 MS와 인텔은 IBM 호환 기종의 OS와 칩(프로세서)을 거의 독점하며 PC 시장에서 ‘윈텔 제국’을 구축했다. 그런 윈텔 제국이 2000년대 들어 구글의 등장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의 70%를 차지한 뒤 ‘크롬’(웹브라우저)·‘지메일’(크롬) 등을 통해 단숨에 사이버 공간을 평정하며 MS의 시장 지배력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MS는 윈도모바일을 개발해 발 빠르게 모바일 인터넷 시장으로 이동했다. 개인휴대단말기(PDA)나 피자 배달원 등이 쓰는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에 윈도모바일이 탑재됐다.

MS는 그 여세를 몰아 이번 CES에서 모바일용 ‘윈도7’의 공개 일정을 밝혔다. 지난해 발매해 인기를 끌고 있는 PC용 OS인 윈도7의 열기를 이어가 모바일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다.

MS의 로이 바흐 엔터테인먼트·디바이스 담당 사장은 “지금까지 비즈니스 유저를 중심으로 개발한 윈도모바일이 윈도7 시대에는 일반 유저에게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모바일 OS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MS는 다음 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모바일용 윈도7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런 기대대로 모바일용 윈도7이 획기적인 OS로 선보이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MS 제국의 영광이 계속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에서 올해 안에 ‘윈도모바일7’을 채용한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MS와 함께 윈텔 제국을 구축한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도 넷북용 차세대 프로세서인 ‘무어스타운’을 스마트폰용으로 내놓았다.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CES 기조연설에서 무어스타운을 채용한 LG전자의 스마트폰(GW990)을 보여줬다. 암(ARM)이 주도하고 있던 모바일용 칩 시장에 스냅드래곤을 앞세운 퀄컴이 뛰어든 데 이어 인텔도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아난드 챈드라세커 인텔 수석부사장은 “노트북 성능에 가까운 GW990을 쓰면 PC처럼 인터넷을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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