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382만 그루 심어 녹색장성 세운 권병현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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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현 미래숲 대표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무악동 사무실에서 2010년에 개최할 자전거 걷기 대회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권 대표 뒤로 보이는 현수막에는 대학생 봉사단원들이 나무 심기에 대한 지지를 밝힌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안성식 기자

권병현(72ㆍ전 주중대사) 미래숲 대표는 지금까지 10여년 간 중국에 26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황사 피해를 막고, 더 나아가 지구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다. 모두가 "사막에 숲을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는 중국 내몽고 지역에 있는 쿠부치사막에 모래막이 숲을 만들었다. 382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를 잡으면서 숲 주위는 차츰 마을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구글 어스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이 될 정도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권 대표를 제1호 지속가능한토지개발(SLM) 챔피언으로 선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녹색대사’라 불리는 SLM 챔피언으로서 그는 2년간 전 지구를 돌며 사막화 방지에 대한 위기 의식을 전하게 된다. 이하는 권 대표와의 일문일답.

- 이번 달부터 UNCCD의 ‘녹색대사’로 활동하게 됐다. 어떤 활동을 펼치나.
“2년 임기 동안 유엔 및 산하기구의 녹색대사로서, 사막화 문제에 대한 전 지구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맡았다. 사실 토지가 황폐해지는 것은 온난화만큼이나 심각한 문제인데, 그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미 지구 표면의 1/3이 사막이 됐다. 연간 600만ha 이상이 새롭게 사막이 되고 있다. 2010년대 환경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사막화, 토지황폐화, 가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 2001년부터 10년간 중국의 사막 지역에 숲을 가꿔왔다. 굳이 중국을 택한 이유가 있나.
“국내에서 나무심기는 이미 꽤 보급이 됐다. 산림청이 산림녹화운동도 충분히 해왔다. 거리숲도 그렇고 서울숲, 마을숲도 보편화됐다. 사막에 내가 심은 것은 승수효과가 몇 배가 되기 때문이다. 사막은 막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중국을 선택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막이기 때문이다. 사막을 막아서 나무를 심는 것은 일반 평지에서 심는 것의 10배 이상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매년 반복되는 황사 문제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권 대표가 382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중국 내몽고 자치구 쿠부치 사막에 세운 녹색장성. 이 방풍림은 쿠부치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 오른쪽 사진의 검은색 줄이 숲이다. [구글어스 캡쳐]

- 중국 쿠부치사막에 세운 ‘녹색장성’이라 불리는 황사 방지숲을 만든 계기는.
“중국 토지의 30% 가량이 사막화됐다는 통계가 있다. 그 피해는 매년 한국에 황사로 전해진다. 쿠부치 사막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동쪽이고, 한국에서 가까워서다. 사막화 확산의 최전선을 막아보려 했다. 물론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 이동하는 사막을 막는다는 것에 대한 회의도 있고 ‘우공이산’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성공했다. 이제 녹색장성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환경의 톱 브랜드가 될 것이다. 사막화 방지의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쿠부치 사막에 심을 나무를 보냈는데.
“정확히 말하면 나무 심을 돈을 기부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반 총장 외에도 고 김대중 전 대통형,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기부했다. 유명인사들이 참가해야 사막화에 대한 의식이 널리 알려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유명인사들이 모두 자신의 사재를 털어 선뜻 기부에 응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 하지만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높지 않나.
“물론 그렇다. 나 역시도 녹색장성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만 해도 패배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그동안 인간에게는 사막화에 대한 묘한 패배의식이 있었다. ‘어쩔수 없다’며 회피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사막화가 가속화된다면 이제 우리가 살 터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막화로 쫓겨난 중국 사람이 2만명이 넘는다. 쫓겨난 주민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준 것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자포자기 심정도 바꿔지고, 나중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물을 주고 나무도 가꾸더라.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결국 성공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 왜 나무를 심어야 하나.
“인간과 가장 상호보완적인 종(種)이 나무다. 게다가 나무가 모여 숲이 되면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인간이 뱉어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주고, 쉼터도 된다. 토지 황폐화를 해결할 근본적 방안이기도 하다.”

- 이산화탄소 줄이기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기도 하다. 녹색대사로서 독자들이 손쉽게 지킬 수 있는 실천방안을 제시한다면.
“가장 쉽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무를 심는 일이라고 본다. 탄소 줄이기 차원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걷기 운동도 제안하고 싶다. 또한 자전거 타기를 권하고 싶다.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가보니, 여기저기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코펜하겐 시가 제공한 공공자전거 인프라는 이미 말할 필요 없고, 그곳에서는 자전거 타는 것이 상식이 됐다.”

- 4월에 베이징에서 수만 명이 함께하는 걷기 대회를 연다고 들었다.
“베이징시 공청단, 한중 대학생들과 함께 수만명이 참가하는 ‘지구토지 살리기 걷기대회’를 열 것이다. 베이징에서 수만명이 함께 걸으면서 환경의식을 고취한다고 보면 된다.
자전거 타기 대회도 한다. 베이징에서 시작해서 내몽고 지구, 쿠부치 사막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릴레이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구 토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고, 또 자전거를 타고 생활화함으로써, 토지 황폐화 문제를 세계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글=이현택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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