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 봉달이 "올림픽 잊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아테네의 지옥 코스에서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한 이봉주가 무릎을 꿇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중앙포토]

이봉주는 "올림픽을 잊었다"고 말한다. 아테네 뙤약볕 속에서의 악몽(2시간15분33초.14위)은 요즘 새벽마다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느끼는 새로운 희망과 함께 사라졌다. 그의 새 목표는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 깨기. 지금의 기록은 자신이 2000년 도쿄대회 때 세운 것이다.

이봉주는 아테네에서 귀국한 뒤 쇄도하는 방송 출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9월 초부터 경기도 기흥의 삼성전자 챌린지 캠프에 들어가 새벽 조깅과 오후 크로스컨트리 등 4시간씩 훈련을 한다.

훈련 시간이 길지 않아 선수생활 중 드물게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런 시간도 길지는 않을 것 같다. 11월부터 체력훈련, 12월부터는 제주나 경남 고성 등 따뜻한 곳에 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인 겨울훈련을 할 예정이다.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이봉주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올림픽에 대비한 2004년 못지 않은 빡빡한 훈련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내년 봄 풀코스나 하프마라톤에서 스피드를 점검하고 가을에 승부를 걸 계획이다. 가을 대회로는 코스가 좋은 베를린 마라톤이나 시카고 마라톤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올림픽만큼 치열한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다.

이봉주는 "올림픽은 아쉬웠지만 나는 아직 잘 뛸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뛴다. 오히려 올림픽의 부진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