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위한 금융상품'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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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회사들이 특정 고객을 겨냥한 '타깃 상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저금리로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에서 똑같은 금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상품으로는 경쟁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반예금 상품만 팔던 은행들은 여성과 전문가 계층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고, 카드사들도 독신 여성.대학생 등을 유인하는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 은행=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두달 전 내놓은 여성전용상품인'행복드림통장'은 만 55세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자궁암.유방암.난소암 등에 대해 최고 2000만원까지 치료비를 대준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반응이 좋아 출시 이후 9월 중순까지 정기예금과 적금을 합해 195억원어치를 팔았다.

하나은행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닥터클럽 대출을 올해 들어 5000억원 가까이 늘렸다. 5년간 최고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만기 일시 상환, 원리금 균등 상환 등 다양한 상환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 새로 병원 문을 여는 의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출금리가 연 6~7%로 일반 신용대출보다 2%포인트가량 낮지만 연체가 거의 없어 은행에 짭짤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농협도 20세에서 39세 여성을 주가입 대상으로 하는 '해피맘' 예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최고 1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출산보험에 무료로 가입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 보험=생명보험사들은 15~60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전용 보험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생보사들이 2003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에 거둔 여성 전용 보험상품의 보험료는 모두 2조3523억원으로 3년 새 두배 가까이로 늘었다.

삼성생명은 암과 장기이식 수술 관련 수술비와 중대질병 관련 입원비 등을 보장하는 '삼성뷰티풀의료보장보험'을 팔고 있다. SK생명은 부인과질환과 골다공증 수술비.입원비를 보장하면서도 보험료가 저렴한 텔레마케팅 전용 상품인 '오케이콜건강보험'을 내놓고 있다. 동양생명의 '수호천사홈케어건강보험'은 주요 성인.여성질환 보장은 물론 임신 및 출산 관련 수술 때마다 20만원의 수술비를 보조한다. 출산 축하금 지급과 미숙아 출산 때 최고 200만원의 위로금 보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금호.동부.PCA생명 등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 중이다.

◆ 카드= 현대카드는 대학생 고객을 위한 카드상품인 '현대카드 U'를 따로 만들었다. 통장 잔액 내에서 이용 가능한 직불카드인 이 카드는 인터넷 사용이 많은 대학생의 특성을 감안했다. 사용금액의 최고 1%인 적립금을 제휴 인터넷 포털과 온라인영화사이트 등에서 사이버머니로 쓸 수 있게 했다. 대신 이용이 저조한 주유.정비 서비스는 아예 없앴다.

삼성카드는 중년여성을 겨냥한 로즈플래티늄 카드를 최근 내놨다. 이 카드는 고객의 나이를 30~50대로 아예 못박았다. 중년여성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다이어트와 미용.건강식 등 제휴 웰빙 서비스업체를 1년에 한차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신세계 등 6대 백화점에서 최대 3개월 무이자 할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넣었다.

롯데카드도 18세 이상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층을 겨냥한 상품을 직불카드 형태로 내놔 판매 두 달 만에 5만장을 팔았다. 예금통장의 잔액 한도 내에서 카드 사용이 가능해 소득이 없는 젊은층은 물론 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부모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LG카드는 주5일 근무제 확대로 가족단위의 고객들을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자녀가 카드를 쓸 수 있는 가맹점과 시간.한도를 부모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자녀 용돈카드가 인기다.

표재용.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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