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였죠. 하지만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버스정류장을 지나쳐가는 게 편했지만 강씨는 그러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손님들을 그냥 놔두고 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버스는 낮 12시가 다 돼서야 우이동 차고지에 돌아올 수 있었다. 평소보다 1시간30분 정도 지연된 셈이었다. 시간은 늦었지만 다친 승객은 없었다.
강씨는 다시 이날 낮 12시20분 버스를 몰고 나가야 했다. 이번엔 보도블록과 도로 사이에 눈 장벽이 쌓여 있었다. 그는 정류소 앞에 놓여진 포대에서 염화칼슘을 종이컵에 담아 버스 앞뒤 출입문에 뿌렸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손님들이 버스에 타거나 내릴 때 넘어지기 쉽습니다. 20년 운전 노하우이지요.”
강씨는 뒷목에 걸쳐진 마이크로 손님이 탈 때마다 “눈은 올라타서 터세요. 그래야 안 미끄러집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의 목소리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폭설 때는 승객이 버스를 잡기 위해 도로에 나올 경우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날 하루 종일 폭설 속 도로를 달린 강씨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그분들의 일터로 모시는 게 오늘 나의 임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