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백호’ 증시, 출구전략이 최대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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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새해 첫 증시 개장일인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10 증시 대동제’가 열렸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강세장을 상징하는 황소상과 올해의 띠인 백호상 앞에서 올해도 주가가 오르길 기원하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지난해 증시의 핵심 키워드는 ‘회복’이었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되살아나면서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졌고, 주가는 금융위기 전으로 돌아왔다. 세계 각국에서 푼 ‘돈 보따리’가 빠른 회복의 원동력이었다. 올해 증시의 키워드는 회복 이후를 겨냥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게 ‘출구전략’이다.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담은 ‘코리아 프리미엄’, ‘소비대국 중국’도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다.

◆출구전략=올 증시의 출렁임이 잦고,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은 출구전략의 압박 때문이다. 상반기가 될지, 하반기가 될지 증권사별로 예상은 제각각이지만 출구전략의 충격이 본격화하는 시기가 올 증시의 저점이 될 것이란 데에는 한목소리를 낸다. 토러스투자증권 오태동 투자전략팀장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정부가 벼랑 끝에서 내놓은 정책들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출구전략이 시행되더라도 금융 시장에 풀린 과도한 자금만 회수되는 ‘미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실물 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은 계속돼 올해도 유동성 랠리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리아 프리미엄=삼성증권은 4일 리포트에서 올해 우리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선전이 이어지고, 올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증권사들의 올 기업 이익 전망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소비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넘어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서 “일본 제품보다 싸고, 중국 제품보다는 질이 좋은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쉽사리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먼삭스도 한국 증시가 저평가 국면을 탈피하는 것을 전제로 적정 코스피 지수를 2300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국내 기업이 선전하는 데 영양분이 됐던 유가·원화·금리 3저(低) 효과가 올해는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소비대국 중국=지난해 세계 경기의 회복은 미국에서 쪼그라든 소비를 중국이 메워가는 과정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차·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이런 늘어나는 중국의 소비 덕을 봤다. 인프라 관련주가 떠올랐던 2005~2007년과 달리 중국 수혜주로 떠오르는 종목들도 네오위즈게임즈·웅진코웨이·넥센타이어 등 소비주들이다.

문제는 중국의 ‘고군분투’가 얼마나 지속될지다. SK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수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돈을 쏟아부어 내수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선진국 경기가 얼마나 뒤를 받쳐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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