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의 차이노믹스] ‘호랑이 장세’ 꿈꾸는 중국 투자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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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회사원 우(吳·29) 선생.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의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그는 지난해 9월 난생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대출 받아 집 사는 것도 모험으로 여겨 한사코 꺼려온 그였다. 이 때문에 “너무 신중해 투자 기회를 놓친다”는 아내의 핀잔을 자주 들어왔다.

결국 워런 버핏의 투자교본까지 독파한 그는 어렵사리 장만한 목돈 2만 위안(약 340만원)으로 A탄광업체의 주식을 샀다. 아직 투자실적을 따지긴 이르지만 3개월 만에 올린 수익률은 약 10%. 중국 은행권의 정기예금 이자가 연 2%도 채 안 되는 데 비하면 괜찮은 수익률이다. 그는 “시작이 좋다”고 우쭐해한다.

그는 새해 들어 교사인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1만 위안을 같은 업체에 더 투자했다. 겨울 들어 폭설이 자주 내리고 있고 동북 지방에 영하 30~40도의 한파가 닥치면서 석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아내의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중파인 그가 ‘구민(股民, 주식투자자)’ 대열에 뛰어든 데는 지난해 중국 증시 성적표도 상당한 영향을 줬다. 연초 1849.02던 상하이종합지수의 연말 종가는 3277.14였다. 연간 상승폭이 무려 89%였다. 소띠 해였던 지난해 중국 증시는 기복이 있었지만 상승 장세를 의미하는 ‘불 마켓’으로 마감했다. 1040여 개 종목의 주가가 지난해 100% 이상 올랐다. 특히 쑤창차이(蘇常柴) A주는 지난해에만 627% 뛰어, 가장 많이 주가가 오른 ‘쭈이뉴구퍄오(最牛股票)’에 뽑혔다. 상당수 펀드가 100% 이상 수익률을 내면서 펀드 투자자들인 ‘지민(基民)’들도 큰 재미를 봤다.

쏠림 현상이 한국 못지않은 중국인들의 재테크 행태를 감안하면 올해도 수많은 우 선생들이 증시에 부나방처럼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고객으로 잡으려는 중국 증권회사들은 연초부터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중국 경제가 새해에 9%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예측일 뿐이다. 언제든지 빗나갈 수 있다. “중국 증시가 올해 2300 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낭패 보지 않을 것 같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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