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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앞둔 여름용 할리우드 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여름용 할리우드 영화 두 편이 찾아온다.

현재 미국에서 흥행 5위권을 지키고 있는 '퍼펙트 스톰' (29일 개봉)과 '무서운 영화' (8월 12일 개봉)가 그것.

장르는 다르지만 각각 관객을 압도하는 특수영상(퍼펙트 스톰)과 엽기적이면서도 우스운 상상력(무서운 영화)으로 무장하고 더위에 지친 여름 관객을 노리고 있다.

우선 '퍼펙트 스톰' 은 2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 중 절반 이상을 산더미 같은 파도와 악마의 혀처럼 날름거리는 태풍 장면을 보여준다.

객석을 일어날 때 쯤이면 옷이 흠뻑 젖은 듯한 착각에 빠질지 모른다.

'트위스터' 에서 토네이도의 파괴적인 힘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던 조지 루카스의 특수효과팀이 이번엔 해일과 바다폭풍을 실감나게 담아 냈다.

대서양 북부의 항구 글루스터. 고기잡이가 신통치 않아 심기가 불편한 선장 빌리(조지 클루니)가 일반 어선들이 기피하는 곳이지만 고기가 많은 어장으로 출항한다.

곧 이어 태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나약해진 선원들을 독려하면서 폭풍우와 맞서는 빌리의 모습은 '백경' 의 에이허브 선장을 연상시킨다.

'사선에서' '에어포스 원' 의 볼프강 피터슨 감독은 단조로운 재난영화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주와 선장의 갈등, 선원들의 충돌, 애인이나 아들.아빠를 기다리는 어촌 사람들의 간절함 등 휴먼 드라마를 적절히 배치했다.

'퍼펙트 스톰' 은 '스타워즈' 나 '주라기 공원' 처럼 할리우드가 집착하는 영화 테크놀러지 발전의 한 단계를 보여준다. 여기에 드라마의 공식이 제대로 녹아 있어 볼만한 영화로 탄생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컴퓨터가 합성해 낸 '완벽한(퍼펙트) 폭풍우(스톰)' 를 경험한 뒤끝은 왠지 께름칙하다. 앞으로는 극영화도 '아이 맥스' 를 닮아가는 것이 아닐지.

1천9백만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을 투입한 '무서운 영화'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감독)는 사실 그다지 무섭지 않다.

특별한 이유없이 미국 고교생들이 살인마의 칼날에 쓰러지지만 영화는 공포보다 웃음에 무게를 싣는다.

'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 등 1990년대 미국 공포.스릴러 영화 히트작을 패러디해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었다.

과거 성공작들의 요소를 군데군데 따와 흥행에 성공시킨 할리우드의 또다른 전술을 보여준다.

공중에 붕 떠서 상대방을 두 발로 연속해 차거나 벽면을 날아다니는 '매트릭스' 의 특수효과도 그대로 모방했다.

'무서운 영화' 는 철저히 10대 영화다. 질펀하게 성을 즐기는 미국 10대들의 모습을 감각적이고 코믹하게 처리했다.

때문에 영화의 논리를 따지지 말고 단지 화면에 펼쳐지는 우스꽝스런 장면들을 감상하면 그만이다.

살인마에 쫓기는 순진한 소녀 신디(안나 패리스)의 커다란 젖가슴을 클로즈업하고, 여학생 팬티에 정조대가 채워지고, 남학생의 위축된 성기를 보여주고 등등….

여기에 요염한 방송리포터와 천치형 경찰이 가세하며 웃음의 강도를 높인다.

칼날이 난무하는 공포영화 틀에 10대들의 성을 녹인 솜씨가 능숙하지만 우리와 미국의 문화차이가 두드러지게 드러나 얼마나 한국팬을 사로잡을지는 미지수. 화장실 유머 같은 화면을 따라가기에 20대 후반도 늙어 보인다.

이영기.박정호 기자

무서운 영화: '매트릭스'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지 않았다면 감히 웃을 생각은 말자. "재들이 뭐하고 있어?"만 연발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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