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김대중·김수환·마이클 잭슨...떠나간 별들의 빈자리는 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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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호 22면

중앙SUNDAY가 만난 108명의 시민이 꼽은 올해의 인물에는 유난히 세상을 떠난 이가 많았다. 2명의 전직 대통령과 한국 최초의 추기경, ‘팝의 황제’ 등 많은 시민이 그들의 빈자리를 아쉬워했다. 은반과 다이아몬드구장, 필드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살린 스포츠 스타들도 여러 응답자에게 표를 받았다.

올해의 인물을 꼽는다면

성별이나 연령대와 상관없이 가장 많은 응답자가 올해의 인물로 떠올린 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26명이 그를 꼽았다. 퇴임한 지 2년도 채 안 된 지난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 줬다. “정치 행적에 대한 평가 이전에 전직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것은 슬픈 일”(백종성·32·디자인 컨설턴트 대표), “정치인 중 유일하게 사람 냄새가 났던 분”(김진희·25·여·직장인),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슬펐다”(김선희·52·여·주부) 등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애도를 표한 이가 많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석 달도 못 돼 눈을 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워한 응답자도 6명이나 됐다.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던 만큼 “우리 역사에 가장 중요한 거인”(송지현·32·여·영화 관련 프리랜서), “인생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었는데 꿋꿋이 이겨 내신 분”(염우종·37·회사원) 등이 추천 이유였다. 그에 앞서 2월 87세로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종교를 초월해 존경받을 만한 인물”(손용해·69·덕수궁 안전요원)이었다며 3명이 추천했다.

그 밖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했던”(서현석·33·회사원)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암과의 오랜 투쟁 끝에 어머니에게 절절한 사랑의 편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도 시민들의 가슴에 남아 있었다.‘우리를 웃게 해 준’ 올해의 인물은 역시 스포츠 스타였다. 특히 지난해 중앙SUNDAY의 ‘2008년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했던 인물’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102명 중 41명)에 올랐던 김연아는 올해도 18명의 응답자로부터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았다. “언제나 이맘때 좋은 소식을 전해 주는”(임명자·49·결혼 컨설턴트), 그저 “예쁘다”는 한마디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국민요정이었다. 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구원투수로 재기에 성공한 박찬호 선수와 미 여자프로골프투어(LPGA)에서의 데뷔 첫해를 신인상과 상금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신지애 선수도 각각 3표를 얻었다. 응답자들은 단순히 좋은 성적 때문이 아니라 자기 관리에 철저한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17명은 이명박 대통령을 추천했다. “좋든 싫든 내 삶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친 사람”(윤병협·29·만화가 지망생),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최가영·25·여·대학원생), “청계천·4대 강 사업 등 남들은 꿈도 못 꾸는 일들을 하는 대단한 인물”(조순호·66·빌딩 청소부), “얼마 전 사회에 기부도 하고 존경할 만한 분”(이명희·59·여·배송업) 등 추천 이유는 다양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의 정치사를 새로 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8명의 기대 어린 한 표를 받았다. 또 외국인 가운데는 2016년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킨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투자의 귀재이면서 많은 재산을 기부한 워런 버핏이 각각 한 표를 얻었다.
20대에겐 역시 대중문화 스타들의 영향력이 컸다. 한 멤버의 한국 폄하 발언이 논란을 일으켰던 인기 아이돌 그룹 2PM과 그 어렵다는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가수 비 등을 올해의 인물로 추천했다.

이 밖에 한 외국인 응답자는 “사명감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해내고 계신 세상의 모든 선생님이야말로 한 해를 보내며 조명받고 박수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 자신’이라고 답하거나, 부정적인 의미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조두순을 올해의 인물로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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