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빚얻어 빚갚는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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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5조2천억원의 빚을 안고 달리고 있다. 시민 세금으로 메우는 부채 이자만 연간 3천억원에 이른다.

1, 2기 지하철 건설 공사비의 70%이상을 서울시가 차입에 의존한데다 방만한 경영과 요금 현실화 미흡 등이 빚어낸 결과다. 1천만 서울시민이 한명당 50여만원의 지하철 부채를 진 셈이다.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1974년 1호선(서울역~청량리)개통을 시발로 현재 서울시내를 달리는 지하철은 모두 8개 노선. 이 가운데 7호선 화양~온수 구간을 다음달에, 6호선 역촌~신내 구간을 11월에 각각 개통하면 1, 2기 지하철이 모두 완공된다.

수송인원도 현재 하루 4백58만여명(분담률 34%)에서 6백여만명(44%)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재의 지하철 부채누적 총액은 5조2천7백70억원. 서울시 총 부채 6조2천8백65억원의 84%, 올 예산의 63.3%에 해당하는 액수다.

지하철 부채 가운데 현재 시가 맡고 있는 도시철도건설(5~8호선)특별회계부채(공채발행분) 4천6백20억원을 뺀 지하철 운영기관?빚은 4조8천1백50억원. 연내에 이 부채도 시에서 도시철도공사로 이관된다.

지하철공사(1~4호선 운영)가 2조8천2백60억원, 도시철도공사가 1조9천8백90억원을 안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9호선(김포공항~둔촌)등 3기 지하철을 착공하면 2008년께 총 부채는 6조5천8백98억원(특별회계 4천6백20억 제외)으로 불어날 것이란 추산이다.

◇ 문제점〓지하철공사측은 81년 설립당시 지하철건설주식회사의 건설부채 3천1백74억원을 떠 안았고 1기 지하철 건설재원의 74%인 1조7천6백억원을 부채로 충당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도시철도공사(94년 설립)도 96년에 건설부채 3천7백97억원과 2기 지하철 건설부채 1조7천5백98억원을 인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국 뉴욕이나 캐나다 몬트리올 등 선진국 도시는 지하철 건설비용의 60%이상을 국가가 지원, 지자체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며 "그러나 서울 지하철의 국가 지원은 1기 2.7%, 2기는 22%에 그쳐 빚을 얻어 빚을 갚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철 부채는 방만한 경영에도 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하철공사의 경우 지난해 인건비 등 제반경비와 운송 손실액을 합쳐 2천7백97억원, 도시철도공사는 2천9백4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경영혁신 노력은 지난해 말 단행한 1차 구조조정 정도다. 지하철공사는 올해 2차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감원폭은 크지 않다.

도시철도공사측은 올해 추가 구조조정 계획이 없으며 오히려 7, 8호선 완공에 따라 직원수는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두 기관은 직원 및 가족.유관기관 공무원에게 91년이후 6백여억원에 이르는 무료승차권을 발급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퇴직금 중간정산과 사내복지기금 증액 등도 경형혁신과는 동떨어진 조치라는 지적이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요금이 2년 사이 50원 밖에 오르지 않아 운송원가 보전율이 평균 57%에 그치고 있다" 며 "기본요금을 7백원선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한 대책이 없다" 고 말했다.

자구책보다는 정부와 시민에게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 대책〓서강대 김경환(金京換.도시경제)교수는 "적자를 시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수익자 부담원칙에도 어긋난다" 며 "운영기관의 체질개선 등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고 지적했다.

도시연대 최정한(崔廷漢)사무총장은 "서울시.시민.지하철 운영기관등 3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방안이 마련되야 한다" 며 "역세권별로 수익사업을 벌이는 등의 재정확충 방안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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