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 펀드 매력 여전 … 아르헨·우크라이나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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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 한 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선 무려 9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런 가운데도 올 하반기에만 4500억원이 넘는 돈을 끌어 모은 상품이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펀드다. 투자적격등급에 못 미치는 해외 비우량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하지만 최근엔 인기가 다소 주춤하다. 내년에 주요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두바이 쇼크와 그리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신흥국 채권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AB)의 이머징 마켓 채권을 담당하는 폴 드눈(사진) 이사는 16일 인터뷰에서 “최고의 투자 타이밍은 지났지만 하이일드 펀드의 투자매력은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일드 채권이 가장 큰 수익을 내는 시기는 신용위기가 지나간 직후다. 파산 위험이 줄어들면서 비우량 회사채 값이 가파르게 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올해는 가장 좋은 투자 타이밍이었다. 실제 6월 말 설정 이후 수익률도 17%에 달한다. 그렇다고 해도 하이일드 채권 값은 다른 채권에 비하면 아직도 싼 편이라고 그는 말한다. “내년에도 국채나 우량 회사채에 비해 나은 수익을 기대해도 좋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하이일드 채권 투자엔 그다지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선진국 국채나 우량 회사채와는 달리 하이일드 채권은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은 미국 기준금리를 따라가기보다는 주식과 비슷하게 움직인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하이일드 채권의 투자매력은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내년 1분기 말~2분기 초에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해 연말엔 2%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미국 경기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리도 정상화될 거란 낙관적인 전망이다.

다만 최근 두바이나 그리스에서 보듯이 어떤 나라 채권이 부도 위험이 없으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그는 “부채 부담이 큰 동유럽과 일부 서유럽 국가는 리스크가 커서 피하거나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폴란드·체코 등이 그 예다.


유망하게 보는 건 천연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면서도 아직 값이 싼 신흥국 채권이다. 그중에서도 리스크가 크지만 고수익이 예상되는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를 가장 주목할 만한 국가로 꼽았다. 이와 달리 자원부국인 브라질에 대해서는 “잠재력이 큰 나라이긴 하지만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서 지금 채권에 투자하긴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AB글로벌고수익펀드에 한국 채권은 편입되지 않았다. 이 펀드가 투자할 만한 낮은 등급의 채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양질이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이 흔치 않은데, 한국은 질과 수익 양쪽에서 모두 투자하기 매력적인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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