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출 잘받는 '5대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극심한 불황과 자금난 속에도 신용과 기술력으로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을 뚫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기술력과 성장성은 있지만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다. 신용보증기금은 21일 보증을 받아 성공적으로 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은 다섯가지 유형을 발표했다.

첫째 유형은 2대째 한 우물을 파며 탄탄한 기술력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승부를 거는 '한우물형'이다.

아들이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41년째 페인트만 제조해온 한진화학㈜은 운전자금 부족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기술집약적인 특수도료를 자체 개발해 은행들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기술력을 확실히 인정받으면서 신용보증기금이 49억원에 이르는 보증에 나섰고 지금은 한미.하나.기업은행 등이 든든한 자금줄이 되고 있다.

둘째 유형은 수익성이 낮은 품목의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신제품에 도전해 성공한 '품목 전환형'이다. 인천시 남동공단에서 휴대전화 힌지(접혔다 폈다 하는 경첩 부분)를 만드는 ㈜프렉코는 자금난으로 2001년 이후 두 차례나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이 회사는 품목전환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수익성이 낮은 금형 사업을 줄이고 힌지를 만들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 3월부터 은행의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 회사는 일본 제품이 주류였던 힌지 시장에 국산 바람을 일으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감귤을 생산하는 ㈜통통은'첨단시설형' 중소기업이다. 과일 분류 시설이 부족해 매출 시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으나 제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서 시설자금을 지원받은 경우다. 2000년 49억원이던 매출액은 올해 200억원으로 늘어났다.

알루미늄 휠을 공급하는 ㈜진원메텍은 창업한 지 4년밖에 안 됐지만 생산제품의 98%를 르노.닛산.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계적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는 '해외시장형'기업이다. 신보 관계자는 "업력은 짧지만 기술력이 확실해 48억원의 보증을 지원한 결과 은행들도 자금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00년 7억여원에서 올해엔 상반기에만 297억원에 달한다.

일상생활에 밀접한 원적외선 히터와 이동식 에어컨을 만드는 헵시바디지텍㈜은 '틈새시장 공략형'기업이다. 기존 상품의 수익성이 저하되자 주력상품을 히터와 에어컨으로 돌리면서 중소기업 고유의 영역을 확보했다.

김동호 기자

*** "중기에 무조건 지원하라니…"은행들, 정부 독려에 불만

자금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금융회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는 중기 지원책이 미진하다며 금융권을 질책했다.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날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관행이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중기에 내준 대출을 줄이거나 중지할 경우 절차와 사유를 금융기관 내규에 명문화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정부가 압박하자 은행장들이 21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모였다. 중소기업 지원책을 찾기 위한 이 자리에서 은행장들은 ▶납품 주문서를 근거로 대출을 해주는 네트워크론 대출 확대▶대출이 한 기업에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주거래 은행 지정 등을 논의했다. 과거와 같은 특별자금 지원 얘기는 없었다. 은행장들은"예전처럼 금융권이 일사불란한 자금 지원책을 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는 "추석 자금지원 같은 특별지원보다는 상시 지원책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6월.8월에 중기 대출이 수치상으로 줄어든 것은 가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줄어든 것일 뿐 실제 중기 대출은 안 줄었다"고 반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한쪽에선 금융기관에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하면서 또 무조건적인 중기 지원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마치 관치금융으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pjyg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