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맞추자] 생명등 19개 쟁점 네티즌 여론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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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네티즌들은 21세기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본지는 올 해초부터 새천년준비위원회.조인스닷컴(Joins.com)과 공동으로 기획한 '21세기로 맞추자' 를 진행하면서 매주 선정한 쟁점을 놓고 네티즌들의 여론을 모아왔다.

5개월에 걸친 19개 쟁점에 대한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는 생명권의 옹호, 개인의 인격에 대한 존중, 정보의 투명화, 시민민주주의의 확대, 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요약된다.

먼저 생명현상에 대해선 안락사의 허용을 70%가 지지하고 장수에 대해서도 49%가 축복만은 아니라고 함으로써 죽음 자체도 인격적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결혼도 51%가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 결혼이 인격적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산에서도 인공자궁.생명복제 등 '어머니 없는 출산' 이 늘어날 것이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 태도가 압도적(85%)이어서 출산 만큼은 어머니의 산고(産苦)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견지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조명을 받기 시작한 유전공학분야에 대해선 네티즌들은 유용한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날개 없는 닭도 닭인가' 라는 물음에 '아니다' 고 대답한 사람이 79%, 유전자 변형식품이 '독' 이라고 단언한 사람이 62%에 이르러 유전자 변형기술이 생명권을 위협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유전자 변형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거나 심지어 '맞춤인간' 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선 69%가 '흉몽' 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네티즌들의 인식도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한 환경기술 개발 이상의 세계관의 변화(55%)를 요구하거나 보존과 개발을 양립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39%) 더 심각한 자기반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이버 공간 내에서의 정보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공동체일 수 있고(86%), 그에 따른 자아의 정체성이 확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53%). 그러면서도 61%가 정보 복제의 금지에는 반대해 정보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97%)이 압도적이어서 정보의 투명성도 개인의 인격권과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은 용납지 않겠다는 일관된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선호경향은 현실정치집단에 대한 강한 비판에서도 잘 읽혀지고 있다. 네티즌들 중 73%가 네트워크 조직에 대한 선호를 보이고 차라리 비정부기구(NGO)가 정치에 참여하면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50%에 이른 것은 권위주의적 한국정치에 대한 혐오에 다름 아니다.

30대에 성공하면 은퇴하겠다는 사람이 48%에 이른 것도 과거처럼 출세.지위.명예가 우선이 아닌 개인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선호를 엿보게 한다.

다시 말해 과거와 같이 권위주의가 우선한 상하 위계적 조직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과 인격, 그리고 그것에 바탕을 둔 참여만이 유일한 권력의 뿌리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창호 학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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