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서봉수-안조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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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徐9단, 행운의 반집으로 3연승

제9보 (186~235)〓221로 넘는 수는 몇 집일까. 언뜻 보면 6집인데 백이 '가' 에 젖힐 경우 '나' 로 단수할 여지 등이 있어 계산은 아주 복잡하다. 아무튼 6집은 넘어 차라리 7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安5단은 마지막 1분 초읽기 속에서 초조하게 망설이다가 이곳을 막았으나 결국 이 수가 마지막 패착이 되고 말았다. 221로는 223에 막는 것이 나았다. 223은 6집이지만 선후수가 다르다.

221은 완전한 후수지만 223은 백의 선수를 거꾸로 막는 역끝내기의 의미가 있어 흑이 223에 두고 백이 '가' 에 둔다면 그다음 손이 흑에 돌아온다. 만약 흑이 선수를 잡아 2집 끝내기만 한다 하더라도 계가는 달라지게 된다.

安5단은 실전에서 '다' 의 패를 노리며 위협했지만 팻감이 많은 徐9단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계속 손을 뺐다. 그래서 또하나의 후회가 남는다. 즉 어차피 흑이 패를 감행하지 못할 바엔 223으로 그냥 225에 두어 선수를 잡는 것이 어땠을까.

徐9단도 미스가 있었다. 228부터 232까지 한점을 잡는 것은 4집이 약간 두터운 정도다. 반면 233으로 막는 수는 명백한 5집. 근 한집의 손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徐9단은 반집승을 거두었다. 이 때의 반집은 운(運)일까, 실력일까. 무수한 실수가 오간 점을 생각하면 운 같기도 하고 실수들을 딱 그만큼만 한 것을 생각하면 그 역시 실력이란 느낌도 있다.

반집에도 움직일 수 없는 반집이 있다. 그런 반집은 실력이다. 하지만 이 바둑은 반집의 저울추가 숨가쁘게 오가다 어느 순간에 徐9단 쪽으로 스르르 멈춘 것이니 필경 운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徐9단은 행운의 여신의 도움을 받아 3연승을 거뒀다. 이세돌3단과 나란히 공동 선두에 나선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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