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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저소비 사회로 빨리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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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9월에 들어서면서 맹렬했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유가의 폭등세도 한풀 꺾인 기세다. 세계적인 석유 수요 증가와 불안한 중동 정세, 러시아 유코스사 사태, 그리고 이에 따른 수급 불안심리 확산과 투기자본 가세 등으로 인해 그야말로 끝 간 데 없는 상승을 기록했던 국제유가는 8월 말에 접어들면서 투기세력의 이탈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이라크 상황의 완화 등으로 인해 다소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10년 만의 무더위와 전례없는 고유가라는 두 가지 짐을 한번에 덜었다는 안도감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지난해에 비해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높은 수준이며, OPEC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인구가 집중된 북반구 지역에 난방이 시작되는 시기로 접어들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유가의 하향 안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지금까지 진행해온 우리의 에너지 절약 노력을 계속해 이어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고도성장기에 선진공업국에서 비교우위를 잃어가던 철강.석유화학 등을 집중 육성한 결과 산업구조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형성돼 에너지 소비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나프타.제철원료탄과 같이 원료로 사용되는 에너지원의 비중도 20%에 이른다. 또한 물가 안정과 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그동안 꾸준히 저에너지가격정책을 이어온 까닭에 에너지 절약에 대한 동기 부여도 약한 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2~3배 많은 독일.일본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고유가에 가장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오명마저 쓰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에너지 소비구조로는 당면한 고유가는 물론이고 기후변화협약과 같이 날로 거세어지는 국제환경보호압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해나가기 어렵다. 때문에 정부와 우리 공단에서는 이번 고유가에 대해 과거의 일회성 절약캠페인보다는 산업체 설비개선, 에너지효율관리제도의 확대, 신재생에너지원의 개발.보급 확대와 같은 에너지절약 시스템의 구축과 소비구조의 개선에 주안점을 둔 대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올해 말까지 1000개의 사업장을 목표로 현재 집중적인 에너지관리진단이 진행 중이다. 에너지관리진단이란 공정이나 설비 등에서 에너지가 사용되는 과정을 정밀하게 분석해 정확한 에너지 절약 요인을 파악하는 과정으로,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한 진단 결과를 분석해 보면 산업체의 경우 업체마다 평균 10%가량의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효율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에너지 저소비형 고부가가치 산업인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원의 보급과 해외 에너지자원개발 비중을 늘려간다면 고유가에 취약한 지금 우리의 경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고유가 사태를 우리 사회의 에너지소비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의 전환을 서두를 때다.

김균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