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혈세 낭비하는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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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러고도 국회가 행정부의 예산운용을 감시하고 질타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참여연대가 그제 발표한 '국회의원들의 예산낭비 관행' 자료는 특권의식에 물들어 혈세를 우습게 여기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고 넘어간 낭비사례는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국회사무처 예산에서 65세 이상 전직 의원들에게 매달 50만원씩 지급하는 일은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는 대표적인 세금낭비 행위다.

외국과 달리 연금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는 변명이 있지만 재직 중 세비에서 한 푼도 공제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치에 닿지 않는다. 이런 명목으로 지난해 31억원이 나갔고 올해 또다시 33억원이 책정됐다.

그동안 여러차례 지적됐던 국정감사 중의 향응 폐습도 이번에 다시금 확인됐다. 피감기관인 재정경제부가 의원들을 접대하느라 단 하룻동안 밥값 9백만원, 과일값 70만원을 썼다니 도대체 무슨 밥이고 과일이길래 거액의 세금을 펑펑 쏟아부었는지 상식으로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국회예산에서 밥값.교통비를 따로 챙기면서도 그런 향응을 받았으니 감사인들 제대로 진행됐겠는가. 다른 기관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된 국회 예비금도 결국은 세금 무서운 줄 모르는 도덕적 해이 탓이다.

낙선한 15대 의원 3명이 국회예산으로 국회 사무처 직원의 시중까지 받아가며 장기간 부부동반 외유를 한 사실도 국민으로서는 기가 찰 일이다.

'예결위 간사들에 대한 위로차원의 관행' 이라는 국회측 설명은 오히려 납세자들의 화만 돋울 뿐이다.

이미 국회는 지난번 총선이 끝나자마자 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1명씩을 어물쩍 증원해 예산 1백26억원을 더 끌어다 놓았다. 지구당에 유급 사무원을 둘 수 없도록 한 새 정당법을 벌써부터 고칠 기회만 엿보고 있다는 것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국민 세금만 탐내는 행태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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