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나도는 주민증 위조프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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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터넷 상에서 내려받은 주민등록번호 생성프로그램을 이용, 가상 인물의 주민등록번호를 뽑아내 범죄에 악용한 사례가 처음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신형 주민등록증 사본을 위조해 핸드폰 2백여대를 발급받은 뒤 이를 되팔아 4천여만원을 챙긴 혐의(공문서 위조 등)로 23일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 의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咸모(35.경기도 부천시 심곡동)씨 등 3명의 범행수법은 매우 지능적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생성프로그램을 무료로 내려받았다. 이미 국내 해커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여종의 프로그램이 인터넷을 자유로이 떠돌고 있었기 때문에 검색엔진을 한번만 돌려도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프로그램에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생성규칙(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성별.출생지 등을 나타내는 숫자 조합)에 어긋나지 않는 주민등록번호만을 원하는만큼 확보했다. 이들 번호를 인터넷 유료 신용정보 사이트에서 검색, 거래내역이 없는 번호만을 추출해 냈다.

주민등록번호 조합공식에 맞으면서도 신용거래가 전무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물' 을 찾아낸 것이다.

이들은 신형 프린터를 통해 이 번호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제작, 핸드폰을 헐값에 구입했다. 신용거래상 결격사유가 없으니 휴대폰 가입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게다가 이동통신회사의 과열경쟁으로 주민등록증 사본만 제시해도 구입이 가능했다.

음란물 판매나 스토킹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인터넷에 버젓이 활개쳐도 현행법상 처벌규정이 없어 경찰 단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통신업체들이 가입과정에서 신원확인을 철저히 하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고 털어놓았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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