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가희 무용단, 독일 하노버 엑스포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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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쌍둥이 한국무용가 심가희.심가영(42)자매가 이끄는 심가희 금림(錦林)무용단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단체로 선발돼 독일 하노버 엑스포에 참가한다.

오는 6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5개월에 걸쳐 열리는 하노버 엑스포는 전세계 1백95개국이 참가하고 예상관람객이 4천만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엑스포다.

우리나라는 '물, 생명의 원천' 이라는 주제로 옥외에 한국관을 지어 관람객을 맞이하며, 심가희 무용단은 3백5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영상관에서 매일 하루 네 차례씩 공연한다.

이번 하노버 엑스포 참가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한국무용협회의 추천을 받아 결정한 것. 심가희 무용단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부터 교통.체제비 등을 지원받아 엑스포 개회기간 전후 열흘을 포함, 1백63일간 하노버에 체류하며 민간 문화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공연 레퍼토리는 모두 18가지. 장구춤.승무.살풀이.태평무등 전통무용과 검무.무당춤 등 민속춤, '환희' '비나리 21' 등 창작 무용을 고루 선보인다. 창(唱)과 사물놀이도 들어있다.

공연시간은 1회 30분 정도로 매회 다섯 작품을 무대에 선보일 계획이다.

"수많은 관객이 하루 종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엑스포행사장에서 눈길을 끌려면 너무 느린 무용은 안되지요. 예술성과 흥행성을 함께 살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 심가희 단장의 말이다.

단원 19명이 참가하는 이번 공연에 필요한 의상만 해도 여행용 트렁크 15개 분량. 체류기간이 길어 같은 의상도 두세벌씩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가희 단장은 "한 달에 이틀만 쉬며 똑같은 레퍼토리로 5개월이 넘게 공연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매일 다른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주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중앙대학교과 이 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한 심가희 단장은 원로 무용인 강선영씨에게 사사했으며, 중요 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이들 자매는 강선영 무용단에 소속해 있었던 1984년을 시작으로 그간 미국 뉴올리언스, 호주 브리즈번, 스페인 세비야 등 각종 엑스포에 단골로 출연해왔다. 미국 관객은 북춤 같은 역동적인 무용을, 유럽관객은 승무.살풀이 같은 내면적인 춤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게 이들의 평가.

무용단 창단 후 10년간 엑스포준비를 해왔다는 심가희단장은 "국내에서도 이런 장기공연무대가 마련돼 매일 무대에 서는 기쁨도 누리고 많은 사람들이 무용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엑스포에는 심가희무용단외에도 3백명 규모의 안동차전놀이팀이 참가한다. 6월1일 공식 개막행사에 이어 4일간 공연하게 되는 데 대규모 민속놀이 팀이 엑스포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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