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명예총재 돌연 제주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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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더 궁금해 하라고 해. 별소리(질문)를 해도 난 얘기할 게 없어. "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21일 부인 박영옥(朴榮玉)여사, 손자들과 함께 닷새 일정으로 제주도로 떠났다.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이 "표정이 밝아졌는데 후임 총리 문제가 궁금하다" 고 하자 그는 이처럼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갑작스런 JP의 제주행에 대해 자민련 당직자들조차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러나 "DJP 공조복원이라는 미묘한 정치상황 속에 그다운 행보" 라는 얘기도 나온다. 후임 총리를 추천할 경우 공조회복을 공식화하는 모양이 돼 이를 피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 ' 자민련 관계자는 "그동안 민주당과 다시 공조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JP가 공개적인 추천을 할 수 있겠느냐" 고 말했다.

다만 "JP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한동 총재를 국무총리로 지명한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말했을 것" 이라고 이 관계자는 추측했다.

공조회복을 전제로 한 공식 추천이 아니라 '총리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관여하지 않겠다' 는 자세를 보였을 것이란 의미다. 다른 당직자는 "그렇지만 JP의 이런 자세를 우회적인 공조복원 수락으로 여권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JP의 제주행을 "향후 당 정비문제를 구상하기 위한 것" 이라고 이 당직자는 관측했다.

당장 자신이 직접 총재를 맡아 당을 이끌고 나아갈지, 다른 사람을 영입해 총재를 맡게 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대표 재영입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 등 자민련 일부에서 李총재의 총리행에 반발하는 것을 이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金대표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JP가 공조회복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金대통령의 여권이 자민련의 생존을 위한 '성의' 를 가시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지원, 총선때 자민련을 압박한 데 대한 청와대.민주당의 사과 등의 조치들이 이어져야 공식적인 공조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은 "여권이 아무런 보장을 하지않고 있는 상태에서 총리를 추천할 수는 없다" 는 입장을 표시해 왔다.

서귀포 롯데호텔에 짐을 푼 JP는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제주도의 바다를 보면서 나올 그의 구상은 金대통령의 후반기 국정관리와 자민련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영기 기자, 서귀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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