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를 벗긴다] 지놈사업 유일 한국인 진혜민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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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간의 정신을 관장하는 뇌와 신경은 지놈 정보 규명을 통해 수확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입니다. "

미국 국립보건원 뇌신경 기능 기초 유전학 프로그램 책임자 진혜민(陳惠民.47)박사는 지놈 정보를 통해 뇌신경 기능을 밝혀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陳박사는 한국인 과학자론 유일하게 국립보건원이 주도하는 인체지놈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

1998년 10월 시작한 뇌신경 분자해부프로젝트(BMAP)가 그의 책임 아래 이뤄지고 있다. "인간 유전자의 최소 10%가 뇌를 구성하는 유전자며 BMAP는 인체지놈 사업을 통해 얻어진 유전정보 중 뇌와 관련한 유전자만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계획입니다. "

올해 연구예산만 3천5백만달러. 이미 지놈 정보 중 뇌신경 관련 유전자 4만5천개를 분리해낸 뒤 이중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뇌신경 유전자 1천여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뇌신경 유전자의 생체 내 기능은 형질변환 쥐를 이용해 밝혀낸다. ENU 같은 돌연변이 유발 물질을 쥐의 수정란에 가해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형질변환 쥐를 만들어낸 뒤 어떤 유전자가 변화를 일으켰는지 거꾸로 찾아내 유전자 기능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기법이다.

"뇌신경 유전자 연구에서 쥐는 매우 중요한 실험동물입니다. 쥐와 인간은 95%에서 유전자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본이 미국과 경쟁해 인체지놈을 밝혀내는 연구를 일찍 포기한 대신 쥐의 지놈 분석에 몰두한 사실을 지목했다.

현재 쥐의 지놈 분석은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

그는 "우리도 미국과 경쟁해 인체지놈의 염기서열 분석에 나서는 것보다 미국이 밝혀 놓은 지놈 정보를 응용해 신약 개발이나 단백질 기능 규명 등 실익을 거둘 수 있는 분야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고 충고했다.

그러나 지놈 사업의 완성이 질병 치료에 응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는 "파킨슨병이나 치매 관련 유전자가 속속 규명되고 있지만 치료를 위해선 25~30년을 기다려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국립보건원 당뇨소화기신장연구소(NIDDK)연구원인 이경화씨가 부인이며 아들(17) 하나를 두고 있는 陳박사는 서울대 의대 예과 중퇴 후 72년 도미, 노스웨스턴대에서 신경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83년부터 국립보건원 연구원으로 일해 오고 있다.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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