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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통 새 대만] 中.천수이볜 총통의 출사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만은 인구 2천3백만명의 조그만 섬 나라다.

그러나 대만의 총통 취임식에 쏠리는 관심은 세계적이다.

새 총통의 취임사가 양안 (兩岸)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취임사는 20일 오전 11시 발표되기 전까지는 '1급 국가기밀' 이다.

그러나 타이베이(臺北)에는 소문이 무성했다.

야당으로 물러앉은 국민당이나 총통 선거에서 차점을 차지한 쑹추위'(宋楚瑜)'가 이끄는 친민당' (親民黨)'도 '단독입수한 취임사 자료' 라며 그들이 파악한 취임사 내용을 공개했다.

대륙위원회 차이잉원(蔡英文)주임이 밝힌 취임사의 방향, 그리고 지금까지 흘러나온 얘기들을 종합하면 소위 '4천5백자 취임사' 는 4대 원칙을 기준으로 해 만들어진 6대 중요 사항을 강조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원칙의 첫째는 국민 납득이다.

대만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은 절대 담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미국의 만족, 국제사회의 지지, 중국에 (침략)빌미 주지 않기' 등이다.

6대 중요 사항 중 먼저 3대 요구가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즉 "대만은 이미 주권독립국가이며, 헌법에 따라 중화민국으로 칭한다" 는 선언을 필두로 " '하나의 중국' 은 양안회담의 기본 전제가 아니라 의제일 뿐" , 그리고 "중국은 대만의 대등한 지위를 인정하고, 유엔의 평화해결원칙을 준수할 것" 등의 요구가 이어지게 될 것 같다.

나머지 3대 중요 사항은 양안간 상시대화통로와 군사적 신뢰시스템 구축, 그리고 세계무역기구 (WTO) 안에서의 상호 경제무역교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수이볜 당선자는 지난 18일 전국공업총회.전국상업총회.공상협진회 소속 대만 실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양안관계는 전체 취임사의 6분의1 혹은 7분의1 정도에 불과할 것" 이라고 밝힌 뒤 "경제가 최우선이다.

나는 대만 경제를 반드시 지켜낼 것" 이라고 다짐했다.

취임사가 양안간의 분란을 일으켜 대만 경제가 쑥밭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陳당선자가 직접 확인해준 셈이다.

19일 인치밍(尹啓銘) 대만 경제부 차장(차관)이 "반도체와 석유화학공업 등 주요 부문을 양안간 투자제한 품목에서 제외시키는 등 양안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겠다" 고 발표한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투자금지 부문▶집중심사 부문▶투자허가 부문 등 세가지로 나눠 대륙투자를 제한해 왔다.

이번에 해제를 밝힌 부분은 두번째인 '집중심사 부문' 이다.

그렇다면 그 아래 단계인 '투자허가 부문' 은 자동적으로 폐지된다는 얘기다.

군사 등 핵심분야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투자제한이 모두 풀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새 총통' 의 '새 대만' 만들기의 내용은 분명하다.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경제적 실익을 무기로 양안간 교류를 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제대로 먹힐 것으로 판단하는 대만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의 입장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취임사의 내용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듯한 대만인들의 모습도 그 때문인 것 같다.

타이베이〓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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