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이세돌-원성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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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마지막 강수도 무위, 원2단 항복

제6보 (111~136)〓좌하귀에서 몇수가 진행되는 사이에 국면은 기울었다. 참으로 순식간이었다.

元2단은 귀의 실리를 대단치 않다고 여겼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었다. 사방이 다 결정된 지금, 실리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었다.

이에 비해 李3단의 국면 운영은 시종 실속을 바탕으로 움직였다.

지난해만 해도 야생마처럼 공격과 전투에 몰입하던 이세돌로서는 상당한 변신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일류들은 다 싸움바둑이었다. 조훈현9단.조치훈9단.서봉수9단.유창혁9단 등 누구나 싸움으로 날이 샜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 바둑이 유연하게 변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한다. 용맹만 믿던 전쟁터의 젊은 장수들이 지략을 겸비하면서 비로소 훌륭한 장수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좌상귀는 마지막 남은 미해결의 장. 패배를 절감한 元2단은 15로 파고 들어 19로 밀고 나오는 초무식의 강수를 들고 나왔으나 122, 124로 간단히 가로막혔다.

125로 '참고도1' 에 잇는 것은 백4가 맥. 백8에서 A, B가 맞보기. 또 '참고도2' 흑5에 대해서는 백6으로 뚫어 충분하다.

元2단은 '가' 의 굴욕적인 공배 잇기를 강요당하자 그것만은 싫다며 돌을 던져버렸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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