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거액로비 의혹…대검 전면수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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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검 중수부(부장 金大雄검사장)는 문민정부 시절 경부고속철도 차량을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테제베)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고위인사들을 상대로 거액의 로비자금이 뿌려진 의혹을 포착,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알스톰사로부터 불법 사례금(커미션)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호기춘(扈基瑃.51.여)씨를 구속했다.

또 실질적으로 로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崔만석(59.부동산업)씨를 출국금지.수배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崔씨의 불법 외환거래 혐의에 대한 경찰청 내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扈씨로부터 8천만원을 받은 전 남대문경찰서장 전윤기(全潤基.64)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扈씨는 1993년 1월 알스톰사 한국지사장인 프랑스인 C씨로부터 "정부에 로비해줄 능력있는 인사를 물색해 달라" 는 부탁을 받고 친구의 소개로 당시 정.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로비스트 崔씨를 소개받았다.

扈씨는 이어 알스톰사가 컨소시엄 형태의 차량 납품업체로 최종 확정된 94년 6월 이후인 같은 해 11월과 95년 5월 알스톰사가 미국계 B은행 홍콩지점에 개설된 崔씨 계좌로 보낸 사례금 1천1백만달러(당시 환율로 1백여억원)중 3백86만달러를 두차례에 걸쳐 홍콩 S은행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扈씨는 또 95년 11월 경찰청 외사분실이 홍콩에서의 불법 외환거래 사실을 포착하고 내사에 착수하자 당시 김포공항경찰대장 全씨에게 접근, 수사 무마를 부탁하며 세차례에 걸쳐 8천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扈씨가 이 사건을 주도한 崔씨와 함께 별도의 로비자금을 사용해 문민정부 출범기인 93년초부터 알스톰이 차량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된 94년 6월까지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로비를 벌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扈씨의 변호인인 심재륜(沈在淪)변호사는 "扈씨는 로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崔씨가 에이전트로 활동하게 해달라며 먼저 접근해 왔다" 고 주장했다.

검찰은 扈씨가 받은 3백86만달러의 사용처를 추적했으나 로비자금으로 쓰인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崔씨가 받아 국내외에 분산시켜둔 7백14만달러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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