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이세돌-원성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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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중앙 흑세력이 승부의 열쇠

제3보 (41~61)〓춘란배와 잉창치(應昌期)배의 참패가 어딘지 불길하게 다가온다.

불굴의 정신력으로 벼랑 끝 역전승을 일궈온 한국의 힘이 흐릿해지고 중국세가 가벼운 스텝으로 정상을 향해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두번의 패배를 놓고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식은 가져야 한다.

지난 2일 열린 잉창치배 16강전을 보면 이창호9단만 중국의 왕리청(王立誠)9단을 이겼을 뿐 조훈현9단은 왕밍완(王銘琬)9단에게, 유창혁9단은 오타케 히데오(大竹英雄)9단에게, 최명훈7단은 린하이펑(林海峰)9단에게 패배했다.

서봉수9단은 그 전날 위빈(兪斌)9단에게 졌는데 위빈은 16강전에서도 조치훈9단을 불계로 꺾어버렸다.

위빈은 유창혁9단과 8일부터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전을 재개한다.

현재까지 1승1패. 한국팬들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앞서는 劉9단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으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뭔가 삐걱거리고 있다.

이 판의 두 소년은 한국의 신예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축이고 성적도 좋다.

이들은 과연 선배들이 해왔던 것처럼 한국바둑을 최강의 위치로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

우하귀 일대의 대접전은 흑이 절묘한 수순으로 살면서 53에서 마무리됐다.

이 결과는 어떤가. 흑은 집이 다 무너졌다. 우변과 중앙 쪽으로 두툼한 외세를 가지고 있지만 중앙에 끊기는 약점이 있다는 게 걸린다.

그렇다고 백이 집이 있느냐 하면 백의 실리도 도통 눈에 띄지 않는다.

"팽팽한 결과로 보고 싶습니다" 고 양재호9단은 신중하게 말한다.

54로 걸치는 건 필연의 흐름인데 이때부터 흑의 외세가 어느 정도 활용되느냐에 승부가 걸렸다는 것이다.

李3단은 56부터 세력을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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