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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송년회, 식상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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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술 푸는 송년회로 한해를 마무리 하기 아쉽다면 고양사회창안센터가 지난 한 달간 고양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창의적인 송년회’ 아이디어에 눈을 돌려보자. ‘나’ 아닌‘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웃산타가 돼 주세요

크리스마스 이브, 함성현(오마중3·일산서구 일산3동)군은 산타가 된다. 4년 전부터다. 마을지도를 들고 밤길을 헤매 이웃 동생들에게 선물을 전한다. 집 문고리에 선물을 걸어두곤 혹시 들킬까봐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나오기 일쑤다. “진짜 산타가 된 기분”이라는 함군은 “깜짝 선물에 기뻐할 동생들 얼굴을 떠올리면 4시간 가까이 돌아다녀도 다리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함군이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 도서관 책놀이터(관장 박미숙·고양시 주교동)의 ‘이웃산타’는 저소득층 한 아이의 하소연에서 비롯됐다. “저는 산타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산타한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착한 마음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산타할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으면’하는 게 이웃산타들의 바람이다. 첫해인 5년 전, 30명이었던 이웃산타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엔 45명이나 됐다. 올핸 50명이 동참할 예정이다. 이웃산타가 되고 싶으면 책놀이터(031-967-8777)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후원금 1만원을 내면 선물을 건네줘야 할 어린이의 집 주소와 마을지도를 받을 수 있다.

대상자는 고양시 위스타트센터가 추천하는 덕양구 주교동·성사동 거주 4~12세 어린이다. 대상이 되는 어린이는 물론 보호자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진행된다. 사정상 직접 선물을 전달하지 못하면 후원금만 내도 된다. 다른 이웃산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선물전달 임무까지 완수하는 이웃산타는 매년 10명 안팎이다.

이번 공모전에 아이디어를 낸 박 관장은“지도에만 의존해 가가호호 방문하기 때문에 간혹 선물이 잘못 전달된 집도 있을 것(웃음)”이라며 “뜻깊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웃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주는 이웃산타가 더 많아 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술 대신 기부, 착한 송년회

고양시 민원콜센터(덕양구 주교동) 상담원 40여 명은 17일 센터 내 교육장에서 바자회를 연다. 송년회를 겸한 행사다. 상담원들은 이번 바자회를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물품을 모았다. 버리기 아까워 쟁여두면서도 막상 쓰지 않는 옷가지와 생활용품 외에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도 내놓는다. 수익금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다.

이번 공모전에 참가한 상담원 한지혜(27·덕양구 토당동)씨는 “동료들과 짬짬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돼 송년회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며 “굳이 시간을 내지 않고도 이웃을 도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최영준(24·일산서구 대화동)씨는 ‘일일찻집’을 제안했다. 회사 부서별로 책정된 송년회비로 찻집을 여는 것이다. 장소 물색과 메뉴 준비, 당일 진행은 당연히 부원들의 몫이다. 간단치 않은 준비과정을 통해 부원들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초청 대상자는 부원들의 가족과 친구·지인이다. 으레 부원들만 참여하는 회사 송년회라는 고정관념을 깨 가족으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부원들에겐 ‘일’이 아닌 ‘봉사’가 될 수 있다.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미리 기증 받은 물품을 판매해 기부금에 보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여유가 된다면 문화공연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이외 지역 소년소녀 가장과 함께 떠나는 1박 2일 여행(나용규·24·일산서구 일산2동), 지역 요양시설 방문(안희철·45·파주시 동패리)아이디어도 나왔다.

지구를 생각하는 밤

연말이면 휘황찬란해지는 거리 풍경에서 벗어나 자연을 한번 더 생각하자는 아이디어(박승구·37·덕양구 토당동)도 있다. 전기 대신 촛불을 켜고 참가자들을 맞는 행사다. 주먹밥과 된장국으로 차린 소박한 밥상으로 저녁을 해결한 후 각자 나눠줄 수 있는 것들을 적는다. 무형봉사도 포함하는 이 초록나눔 티켓은 관련단체에 기부된다. 이어 영화관람 시간을 갖는다. 4시간 동안 켜지 않은 전기요금을 환산해 내년 봄 참가자 이름으로 나무를 심거나 숲 가꾸기 단체에 기부한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창의적인 송년회= 고양사회창안센터가 주최한 공모전으로 총 21개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네티즌 투표와 심사위원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6개팀의 아이디어 제안전인 ‘제1회 고양시사회창안대회’가 지난 5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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