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스노보드 ‘취약시간대’ 알면 덜 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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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와 스노보드에 의한 부상은 운동시작 3시간 이후에 급격히 높아간다.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막기 위해선 1시간마다 10분씩 쉬어야 한다. [중앙포토]

설원을 달리는 짜릿한 즐거움. 그러나 쾌감의 강도만큼 무서운 복병의 위험이 따르는 스포츠가 스키와 스노보드다. 하지만 준비한 만큼 부상은 줄어든다. 가장 스릴 있는 스포츠를 가장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오후 3시엔 집중력 떨어져

하루 중 스키 손상이 많은 시간대는 언제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오후가 68%로, 오전 32%에 비해 발생률이 두 배 높았다. 시간대별로는 오전 10~11시대에 가장 낮았다가 오후 3~5시대에 급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이 시간대가 가장 피로도가 높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다 기온 상승으로 눈이 녹아 스키 회전력이 감소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상은 스키를 평균 3시간 탄 뒤 가장 자주 발생했다.

요일별로는 주말이 평일보다 세 배 이상 부상 환자가 많았다. 주중에는 스키 경력자가 많은 반면 주말에는 초심자들이 몰려 충돌 사고 등 사고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평소 무릎 주변 근육 강화 운동을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는 것은 대퇴부와 둔부·복부 근육, 무릎·고관절의 합작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평소 이 부위를 단련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해 충격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 또 경직된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을 길러 몸의 균형감각과 비틀림 동작에 대응하는 힘을 강화해야 한다.

스키나 스노보드는 어떤 운동보다 준비운동이 중요하다. 추위로 몸이 경직돼 있기 때문. 적어도 15~30분 땀이 날 정도로 워밍업을 해야 한다. 특히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잘 넘어지는 것도 기술이다. 기술적으로 넘어져야 부상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넘어지는 순간 앉는 자세를 취하고, 체중을 엉덩이 쪽으로 실리게 하면서 주저앉는다. 또 무릎을 약간 구부려야 무릎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초보자는 바인딩 느슨하게

스키나 스노보드 손상은 장비와 관련성이 높다. 1960년대 이전에는 발목을 고정하는 스키부츠가 낮았다. 당시엔 발목 염좌가 대표적인 스키 손상이었다. 하지만 부츠 길이가 길어지고 딱딱해지면서 발목 염좌는 사라진 대신 무릎 손상이 현저히 증가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슬로프당 매일 한 명씩 내측 및 전방십자 인대 손상 환자가 발생할 정도다. 바인딩이 풀리지 않을 경우 충격이 무릎관절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보자는 넘어질 때 바인딩이 쉽게 풀어지도록 조임 강도를 낮춰야 한다.

팔에선 특히 엄지손가락 부상이 많다. 이는 스키 폴과 관련이 있다. 엄지손가락 부상의 경우 양손에 잡고 있는 폴을 모두 놓는 경우 부상 발생 빈도가 19%이나 양쪽 모두 쥐고 있을 때는 71%로 높았다. 폴과 지면의 충돌에 의한 충격이 손목 관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넘어질 때는 자연스럽게 폴을 놓아야 한다.

스노보더는 인라인스케이터가 하는 손목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유익하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손목보호대가 균형을 잃거나 뒤로 떨어질 때 손목의 손상을 줄여 준다.

머리의 충돌도 빈번히 일어난다. 특히 머리 뒤쪽을 다칠 우려가 있으므로 헬멧 착용은 필수다.

다쳤을 땐 ‘RICE’ 기억해야

스키 손상 후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부위를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것. 인체 구조상 다쳐서는 안 될 중요 조직인 혈관·신경을 자칫 비틀거나 흔들어 평생 불구와 같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키장 내 안전요원을 찾아 안전하게 이송하거나 환자를 안정시킨 후 부목이나 보조도구로 상태를 고정하고 전문 의료진을 부르는 것이 좋다.

골절 같은 큰 부상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손상은 RICE로 요약된다. RICE는 안정(Rest =재발 방지), 얼음찜질(Ice=통증·염증반응 최소화), 압박(Compression=부기 감소), 거상(Elevation=부기와 통증 감소)의 앞 글자를 딴 것. 얼음찜질은 매일 1시간~1시간30분, 압박과 거상은 적어도 72시간 지속한다. 압박은 붕대로, 거상은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놓는 것이다.

다리가 밖으로 젖혀지거나 뒤틀릴 때 ‘툭’ 하는 느낌이 들거나 무릎이 돌아가는 것 같으면 인대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무릎이 제멋대로 흔들리거나 힘이 없고 빠지는 느낌도 있다. 연골을 다치면 무릎에서 소리가 나면서 무릎을 펴거나 구부리기 힘들다. 이런 증상은 4~5일 지나면서 통증이 사라져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 일산 백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양윤준 교수

넘어지는 것도 기술

1 옆으로 누우면서 엉덩이를 먼저 땅에 살며시 대며 미끄러지듯 멈춘다. 털썩 주저앉으면 엉덩이뼈에 금이 갈 수 있다.

2 몸이 뒤로 젖혀지며 무릎 뒤로 넘어가면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다. 다리를 모으고 넘어져야 스키가 벌어지면서 무릎이 뒤틀리는 것을 방지한다.

3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옆으로 넘어지는 연습을 한다.

4 넘어질 때 스키 폴에 엄지손가락의 힘이 들어가면 인대가 손상된다. 스키 폴 손잡이를 둥글게 말아 쥐면 넘어질 때 엄지 손가락 부상을 줄인다.

5 넘어지지 않으려고 폴로 땅을 짚고 버티면 손목이나 어깨는 물론 폴에 가슴을 찔릴 수 있다.

6 스노보드 부상은 손목 골절이 많다. 반드시 손목보호대를 착용한다.

7 스노보드를 타다 균형을 잃으면 다리를 들고 몸통 전체를 이용해 땅에 미끄러지듯 넘어진다. 앞으로 넘어질 때는 배와 가슴을 땅에 대고, 뒤로 넘어질 때는 등을 대고 미끄러지면서 속도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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