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총체적 대응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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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 자체검사 결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가축 질병이 결국 구제역(口蹄疫)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 66년 만에 치명적 가축 전염병이 발생한 것이다.

또 파주에 이어 충남 홍성에서도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 방역당국이 소.돼지를 도축하는 등 비상대책에 나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흔적은 없지만 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제역은 비록 사람에겐 영향이 없다지만 이로 인한 충격과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사태 수습을 위한 범국가적 대응이 시급해졌다.

대만의 경우 1997년 3월 돼지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수출이 중단되고 수요가 줄면서 42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보았고 그 충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급한 것은 확산 방지다.

이 질병은 불행히도 발병 후엔 도축.폐기 외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감염 경로 등에 대한 조사결과가 시급하다.

발병 보름이 되도록 감염물체와 경로마저 알지 못하는 우리 방역당국의 수준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지금 당장 개선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의 기술과 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발병원인과 경로를 찾아내는 일이 초미의 급선무다.

축산 농가들도 쉬쉬할 게 아니라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신고해야 한다.

홍성의 경우 열흘이나 지나서야 신고되는 바람에 조기 대응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나 농축협 등도 앉아서 신고를 기다릴 게 아니라 현장을 찾아나서 점검하는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농민 등이 패닉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는 단기대책과 아울러 축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중장기 대책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번 질병이 구제역으로 판명됨에 따라 불안감이 확산, 자칫 지난 주처럼 소.돼지의 홍수출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가격 폭락.농민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대책이 바로 나와야 한다.

정부는 무조건 "인체엔 해가 없으므로 먹어도 된다" 고만 할 게 아니라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정보.사례 등을 들고 대국민 홍보에 나서야 한다.

구제역으로 확인된 이상 엄청난 규모의 소.돼지 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는 자칫 국내 축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고도 종합적인 정부 지원책과 함께 농가.관련단체 및 국민의 대단합이 필요하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와 함께 백신 개발.제조 등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 커져야 한다.

구제역은 한 두 부처의 문제가 아니다.

범정부.범국민적 차원의 총체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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