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민심 르포] 총선보다 '대우차'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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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천은 총선에서 어떤 판세를 보일까.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의 변방. 그 선거문화〓지난 16일 오후 6시쯤 인천시 부평구 백운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金모(36)씨에게 물었다.

- 투표 하나.

"해서 뭘해. "

- 의무인데.

"바꾼다고 좋아지는 게 있어야지. 선거구도 몰라. "

그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여기 택시기사들은 정치 전문가 소리를 듣는 서울 택시기사들과 다르다" 며 "손님들도 마찬가지" 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밤 남동구 간석동 G호프. 30대 회사원들이 모여 맥주잔을 기울였다.

2시간여 지나도록 선거의 '선' 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주인 우양길(禹良吉.30)씨는 "예전에는 정치얘기로 술렁일 땐데…" 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창진(李昌珍.30.삼성SDS)씨는 "서울 선거에 대해선 알지만 인천은 모른다" 고 다소 쑥스러운듯 말했다.

인천대 이호철 교수는 "유명 정치인도 없고 서울 지역구를 못받은 인사들이 낙하산 출마하다보니 관심이 높을 리 없다" 고 분석했다.

다시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1996년 선거 때 60.1%로 전국 최저).

◇ 충청표가 어디로 갈지〓17일 낮 남동구 구월동 C약국. 약국 종사자 3명이 선거를 화제에 올렸다.

"찍고 싶은 사람은 없는데…. 찍으면 야당" 이라고 부산 출신 김진아(31.여)약사가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DJ를)한번 더 밀어줘야 안컸소. " (군산 출신 조경옥.36.여.약사)

연수구 우면동 김재식(金在植.38.회사원)씨는 "할아버지가 충청도 출신인데, 나와 무슨 상관 있나" 라고 말했다.

원적(原籍)기준으로 30% 이상을 차지하는 충청인의 향배가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약하긴 하지만 지역선거는 있을 것" 이라며 "호남인들은 대부분 우리를 밀어주지만 충청인의 경우 절반은 자민련, 절반은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 대우차 변수〓지난 13일 저녁 부평구 청천동 대우자동차 공장. 8일부터 대우차 해외매각을 반대하며 추영호(秋榮鎬)노조위원장이 농성 중이다.

농성 천막에 민주당 인천지역 공천자 11명이 찾아왔다.

秋위원장이 공기업화를 주장하자 이들은 "최대한 도와주겠다" 고 약속했다.

그리곤 정부 방침에 배치되는 내용의 '대우살리기 인천선언' 에 서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인천 유권자의 20%가 대우와 관련돼 있다.

우리를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 이라고 호언한다.

지난 12일 이 천막엔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가 찾아왔다.

인천〓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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