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남성의 ‘성’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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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한국 남성의 성에 대한 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8개국이 참여한 국가 간 성의식 조사에서 한국 남성의 87%가 ‘성관계가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작 성기능 장애가 왔을 때 이를 의학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자신의 성적 고민을 전문의와 상담하는 남성은 2%에 불과해 28개국 중 꼴찌였다.

발기부전·조루·전립선 질환 등은 남성을 고개 숙이게 하는 대표적인 질환. 이런 고통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대한남성과학회는 이달 23∼27일을 ‘남성 건강 주간’으로 선포했다. 서울·부산·전주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시민 건강강좌와 무료 검진 캠페인에 나선다. 1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남성과학회 박종관 회장(전북대병원)을 비롯, 서울성모병원 김세웅 교수·인제대 부산백병원 민권식 교수·삼성서울병원 이성원 교수가 만나 ‘한국 남성의 왜곡된 성 인식과 부작용’을 화두로 대화를 나눴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꼽는 한국 남성의 왜곡된 성의식 1위는 ‘변강쇠 증후군’이다. 여전히 성기의 크기와 굵기를 중시한다는 것.

박 교수는 “이런 잘못된 인식 탓에 아직도 비의료인으로부터 파라핀 등 이물질을 음경에 삽입한다”며 “피부 괴사로 인해 성기를 잃는 사람도 많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성기 굵기는 성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5㎝ 이상 길이면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흔한 오해는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5분 이상인데도 자신은 조루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주변에 자신의 사정 시간을 과장·과시하는 남성이 많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옆에서 자신은 30분 이상 지속한다고 과장하면 10분 하는 사람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사정을 자주 하면 성기능이 떨어진다”는 것도 비뇨기과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잘못된 정보란다.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연령층 가운데 사정을 하면 기가 빠지므로 성생활을 하되 사정해선 안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며 “사정을 참으면 전립선염·전립선 동통 등 전립선 건강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60대는 월 4회, 70대는 월 3회 이상 사정하는 것이 전립선 건강에 유익하다. 사정은 또 남성호르몬 수치를 올려 남성 갱년기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성생활은 가능한 한 자제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오인하는 남성도 의외로 많다. 특히 나이 들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김 교수는 “규칙적인 성생활은 수명을 연장하고, 면역력을 높이며, 전립선 질환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섹스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엔도르핀을 분비해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상당한 열량이 소모돼 체중 감량 효과도 있다. 

조루 치료에 대한 오해도 많다. 이 교수는 “조루는 오랫동안 특별한 대처법이 없었다”며 “발기부전보다 훨씬 다양한 민간요법이 동원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귀두를 사포로 문질러 피부가 완전히 망가진 30대 초반의 미혼 남성도 봤다는 것. 조루의 주된 원인은 중추신경계에 있으므로 이런 행동은 무모하다는 것.

가짜 약이라도 일단 복용하고 보는 남성도 있다. 민 교수는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의 13%가 지속발기증을 경험했다는 국내 조사 결과가 있다”며 “지속발기증은 응급 상황이며, 3시간 이내에 해결하지 못하면 영구 발기부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남성의 정력제에 대한 희구는 여전하다.

이 교수는 “뱀·개구리·뱀장어·해구신·개고기 등 스태미나 음식으로 알려진 것은 대부분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며 “요즘은 이미 동물성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어 이들 식품이 고지혈증·당뇨병 등 발기부전을 오히려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만한 부부생활을 위해 가장 좋은 처방은 소통이다. 민 교수는 “부부가 성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되 구체적인 질문과 솔직한 답변으로 왜곡된 오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상담센터를 자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성과학회는 ‘조루와 건강’ 홈페이지(www.preguide.or.kr)에서 비뇨기과 전문의가 직접 성 상담을 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성 트러블이 있으면 숨지 말고 적극 해소해야 한다. 비아그라·프릴리지 등 성생활과 관련된 약이 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교수는 “월 800명 가량의 외래 환자를 보는데 1년 전엔 조루 환자가 한 달에 두 명 남짓했으나 두 달 전 프릴리지가 출시된 이후엔 월 20명 정도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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