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김용우 국악의 현대화 위해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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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국악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음악인은 적지 않지만 '소리꾼' 김용우(33)의 존재는 그중 독특하다.

그가 최근에 낸 음반 '모개비' (국악에서 선창을 하는 앞소리꾼 '목아비' 의 옛말)는 토속 구전민요를 서구적인 리듬과 창법으로 연주한 '이단적인' 음반이다.

재즈 기타, 보사노바 리듬, 테크노 디제잉, 아카펠라 화성등으로 대부분을 메웠다. 국악기라곤 해금 뿐이다.

"이상하고 어색하다" 는 반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박제화된 국악을 컨템포러리 팝(현대 대중음악)으로 살려 내려는 시도란 면에서 호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김용우의 노래엔 민요 특유의 한이 없다. 말랑말랑하며 말끔한 스타일이 스탠다드 팝과 포크 창법을 혼합한 듯하다.

국립국악고-서울대 국악과(피리전공)를 나온 '국악 엘리트' 지만, 아바의 달콤한 멜로디나 재즈 선율에도 열광하는 팝 세대다. 게다가 그가 대학시절 배운 노래는 국악중에서도 곱기로 유명한 십이가사. 국악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물씬한 그의 크로스오버적인 창법은 이렇게 나왔다.

'모개비' 에서 그는 휘모리 리듬을 보사노바로 바꿔 연주한 '장타령' 과 '진주 난봉가' 를 비롯, '정선 아라리' '통일 아리랑' '군밤타령' '회심곡' 등 현대적 해석이 돋보이는 12곡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나온 이 음반은 국악 음반으로는 5천장 넘게 팔려 '국악 가요' 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같지만 그는 1996년 '지게소리', 98년 '괴나리' 등의 음반을 낸 중견 뮤지션이다.

'모개비' 까지 모두 3장의 음반에서 그는 꾸준히 구전 토속민요에 매달려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하다 말고 불러주는 구전민요에는 삶이 들어 있어요. 곧 사라져 버릴 그 삶을 민요로 살려내고 싶어 근 10년간 전국을 쏘다니며 2백곡 쯤 채집했죠." 그는 '모개비' 출시를 계기로 지난1월 대중음악 메카인 대학로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재즈, 테크노, 아카펠라풍으로 국악을 들려주니까 청중들이 록밴드 공연에 온 것 이상으로 열광하더군요. 우리 젊은이들의 음악 유전자에 국악도 녹아있음을 확인한 거죠." 그는 그 유전자 증식을 위해 조만간 또 한번 단독공연을 열 게획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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