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입학 시키려면] 공부보다 사회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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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국 초등학교들이 2월 10일을 전후해 일제히 취학연령(만6세)에 달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예비소집을 마쳤다.

이제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발육 속도가 빠른 것 같다' 고 생각해온 학부모들이 자녀의 조기입학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기.

조기입학은 자녀의 재능을 키워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부적응을 초래할 경우 상처를 줄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조기입학 절차와 함께 전문가의 조언을 한 데 모았다.

◇ 절차〓지난 18일부터 학교별로 조기입학 신청을 받고 있다. 마감기간은 시.도교육청별로 차이가 있지만 25일(서울) 전후다.

조기입학은 1994년 3월 1일~95년 2월 28일 사이에 태어난 만 5세 어린이가 대상이다. 조기입학을 고려하고 있는 부모라면 먼저 취학을 원하는 학교의 수용가능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

해당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40명 미만인 경우에만 조기입학이 허용되기 때문. 해당 학교가 조기입학생 수용이 가능하다면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고 학교를 찾아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학교는 지원자 중 생년월일 순으로 입학을 허용하되 입학 후 2개월간 관찰기간을 거쳐 4월 말 교사의 판단에 따라 정식 입학을 확정한다.

96년에는 조기입학 아동 중 9.7%에 해당하는 1백95명이 중도 탈락했고 ▶97년 75명(4%)▶98년엔 1백79명(5.4%)▶99년엔 95명(3.2%)이 각각 4월 말 취학을 중단했다.

반대로 취학연령에 달했지만 성장.발달이 느려 입학을 연기하고 싶을 때는 의사진단서 등 증빙서류와 함께 취학유예 신청서를 해당 학교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 전문가 의견〓조기입학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문제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중론. 특히 아이가 5월에 정식 입학하게 되면 이후 적응을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도 유급제도가 없는 교육제도 탓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실제로 매년 조기입학자 중 1학년을 마친 뒤 다시 1학년을 다니겠다는 학생과 학부모가 상당수 나오고 있다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는 "조기취학 아동의 경우 글이나 셈 등 지적 능력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인성.신체.정서적 발달을 따라잡지 못해 기가 죽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고 말한다.

서울시 교육청 문중근 장학사도 "입학 결정에는 사회성이 가장 중요하다" 며 "지적 성장이 빠른 뛰어난 아이일수록 주위의 따돌림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이라고 조언했다.

따라서 첫 아이에 대한 과중한 기대나 유치원 보내기가 부담스러워 취학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절대 금물.

반면 아이의 체력과 지력이 뛰어나고 본인이 학교에 가고 싶은 욕구가 강한 적극적 성격을 보인다면 조기입학을 통해 두달간 적응기간을 거치게 한다. 이후 교사 등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제3자의 조언을 종합해 입학을 확정한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김성오 연구사는 "조기입학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경우 일단 제 나이에 입학한 뒤 초.중.고 12년 과정 중 적당한 시기에 조기진급제(월반)를 활용할 수도 있다" 고 대안을 제시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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