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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산업, 이제 경쟁시대로 가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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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천연가스의 경쟁 도입에 반대하는 가장 큰 명분은 도입 경로를 일원화하면 협상력이 커져 수입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실이 아니다. 일본은 도시가스사업자와 발전사업자 등 여러 종류의 사업자가 천연가스를 경쟁적으로 들여오지만 우리나라보다 싸게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그 사례를 볼 수 있다. 가스공사 외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체 물량용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광양발전소는 값싼 해외 가스전과 계약해 가스공사보다 40% 이상 싼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바로 독점의 문제점을 암시하고 있다. 경쟁압력 없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독점적 사업자는 도입가를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인센티브가 없다.

독점적 가스 도입의 또 다른 문제점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공급기반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저장시설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해 천연가스의 사용량이 연중 고르지 않다. 그러나 천연가스의 수입물량은 가스 생산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연중 비슷할 수밖에 없다. 공급과 수요의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저장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저장시설이 충분하면 현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낮을 때 값싸게 가스를 사서 보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LNG 저장시설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급하게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해야 하는데도 저장시설이 바닥나 발전소를 돌리지 못할 때도 있다. 반대로 LNG선이 도착해 저장탱크를 비워야 할 때는 필요 없이 비싼 천연가스 발전소를 돌리는 경우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독점사업자가 저장시설을 확충하면서까지 소비자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도입·도매 부문에 신규 사업자를 허용해 일부 경쟁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우선은 발전용 천연가스 부문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경쟁의 분야와 정도는 더 확대돼야 한다.

경쟁도입은 번거로울 수 있다. 기존의 강자를 피곤하게 하고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하는 등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경쟁도입은 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보아야 옳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정책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