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심야 '보쌈'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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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형근 의원 체포 소동에서 검찰이 보여준 모습은 여간 실망스럽고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 절차를 무시한 채 허둥거리고 납득못할 태도를 드러낸 심야 '보쌈' 작전을 보면서 공권력의 중추기관인 검찰이 이럴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우선 검찰의 체포 시도가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鄭의원이 아무리 눈엣가시 같고 체포가 다급했기로서니 영장도 없이 체포하겠다고 나섰다니 어설프기 짝이 없는 행태다.

검찰은 통상적인 법집행이라고 말하지만 형사소송법은 긴급체포의 요건으로 '혐의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이고,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을 요할 때' 로 규정하고 있다.

鄭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가 대부분 정치적 성격이 짙은 명예훼손 내용이고, 현직 의원이라는 그의 신분을 고려할 때 긴급체포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체포 실패의 책임을 물어 수사책임자들을 전격 문책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조직관리상 구성원이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관례나 사안의 내용으로 볼 때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올 만하다.

법에 합당하지 않은 수단을 사용했다가 그 실패를 문제삼은 것은 잘못을 두번 저지르는 처사다. '문제있는 작전' 을 수락하고 지켜본 지휘부는 자유로운 입장인가.

여러 정황으로 미뤄 우리는 이번 사태가 정치권에 의해 검찰권이 휘둘린 결과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는다.

지난해만도 여러차례 정치적 중립을 다짐하고, 특히 이번 총선이 절호의 기회라고 했던 검찰이다.

무리한 체포작전, 표적수사라는 인상밖에 남기지 못한 검찰이 과연 법과 질서가 존중돼야 할 이번 총선에서 법에 의한 공명선거를 구현할 수 있을지 그게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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