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희전문위원에게 물어보세요] 자다가 배고파서 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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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문> 3~4년 전부터 자다가 두세번씩 깨서 음식을 마구 먹습니다. 저녁을 먹었는데도 그래요. 다행히 살은 안찌지만 고치고 싶은데 제 의지만으론 도저히 안됩니다. (부산 25세 미혼여성 L)

<답> 밤에 깰 때 속이 쓰린가요□ 위.십이지장 궤양이 있을 땐 속쓰림으로 자다가 깨서 먹을 것을 찾기도 합니다. 드물지만 췌장의 인슐린 종양.간(肝)기능 저하.당뇨병 초기 등일 때도 식은땀 같은 저(低)혈당 증상이 있으면서 배가 고파 깨서 먹지요.

이런 내과적 질병이 아니라면 지금의 증상은 '식사장애(eating disorder)' 중 폭식증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식사장애란 몸매에 대한 잘못된 관념으로 인해 식습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병이죠. 음식을 거의 안먹고 사는 신경성 식욕부진, 때를 안가리고 수시로 폭식-금식을 반복하는 신경성 폭식증 등이 있습니다.

이 병은 음식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종의 창구로 작동하는 건데 환자는 자신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뜻대로 고칠 수가 없지요. 밤잠을 제대로 못자지요? 대개 먹고 나선 먹은 사실이 부담이 돼 밤을 새우거든요.

식사일기를 써보세요. 살이 안찌는 이유는 아마도 깨어 있는 동안엔 적게 먹다가 자는 중엔 이처럼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겉잡을 수 없이 먹기 때문일 거예요. 폭식-음식제한-폭식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우선 최소한 3개월간은 제대로 된 식사를 삼시세끼 규칙적으로 하면서 매일 먹은 내용을 적어보세요. 프로작같은 항우울제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식사장애클리닉은 서울백병원.용인정신병원 등에서 운영합니다.

◇ 문의내용을 정보과학부 팩스(02-751-5627)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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