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연두교서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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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내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날 클린턴 미 대통령이 임기 중 여덟번째이자 마지막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임기말 고별연설의 냄새는 없었다.

오히려 남은 한햇동안 추진할 60여개의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대통령선거를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국내문제 치중〓외교나 경제분야에 할애된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오히려 의료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총기규제, 교육지원 및 퇴직자 연금 확대 등 국민 대다수가 성원을 보낼 다양한 국내 정책들에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관련 입법 통과와 재원조달의 1차 책임을 지게 될 공화당 의회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평이다.

◇ 앨 고어 지원〓환경보호.저소득층 지원 및 인터넷 관련 정책 구상들을 고어 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올 선거에서 상원의원직에 도전하는 부인 힐러리의 내조를 각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평론가들은 "클린턴이 '고어의 대통령직 승계에 따른' 정권 재창출과 힐러리의 의회 진출이 이뤄져야 자신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보다 우호적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고 말하고 있다.

◇ 클린턴의 역사적 평가〓클린턴은 이번 연두교서에서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려는 강렬한 의지를 보였다.

임기 중 일자리를 2천만개나 만들어냈고, 42년만에 첫 예산흑자를 달성하는 등 경제적으로 큰 업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탄핵 대상이 됐다는 불명예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국민들은 여론조사에서 그의 대통령직 업무수행(62%)에 대한 만족감 못지 않게 인간적인 면에 대한 거부감(59%)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두교서에서 고어 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려 애써준 노력도 짝사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고어는 여전히 클린턴과의 연계성을 부각하는 선거전략 채택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연두교서는 예년과 달리 백악관이 특별 개설한 웹 사이트(http://www.whitehouse.gov/WH/SOTU00/)를 통해 음성 및 동화상으로 전달됐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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