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세금도 E메일로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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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로동에서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김옥남(72)사장은 요즘 컴퓨터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세상이 '인터넷, 인터넷' 하는데 혼자 뒤처진 느낌이 들어서다.

더구나 며칠 전에 국세청이 보내온 1월말 부가가치세 신고안내문을 보니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E메일 주소도 같이 신고해 달라는 것이었다.

국세청의 E메일 주소 접수는 '찻잔 속의 잔 물결' 이 아니다. 부가가치세 및 면세 신고대상인 사업자가 약 4백만명이 된다.

인티즌의 박태웅 사장은 "통상적인 이런 유의 신고에 응하는 비율이 약 70%가 된다" 며 "새로 E메일 주소를 갖게 되는 사업자들이 2백30만명 정도는 될 것"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이미 E메일 주소를 갖고 있는 사업자가 약 50만명이다).

"인터넷과 E메일을 알지도, 또 알고 싶지도 않다" 며 서류뭉치를 들고 발로 뛰던 수백만의 사업자들이 일시에 컴퓨터 앞으로 이끌려 나와 한국경제의 'e-사업화' 에 첨병이 되는 걸 상상해 보면 심상치 않은 사건임에 분명하다. 관리하기 나름에 따라서는 상관행을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바꿔 놓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전통산업을 끌고가고 또 부가가치와 소득창출의 중핵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를 일상화할 경우 상호.전화번호.팩스번호처럼 E메일 주소도 하나의 중요한 업무용 자산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E메일 주소 접수가 몰고 올 더 큰 변화는 'e-행정화' 다. 국세청 정시영 민원제도과장은 "E메일 주소접수는 국세행정의 e-서비스화를 위해서" 라며 "신고가 순조로울 경우, 7월부터 E메일로 세무신고를 받는 세목을 점차 늘려 가겠다" 는 바람을 내비친다.

E메일을 통한 국세행정은 관련 자료 및 고지서 발급 등 세정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세무행정을 투명화하는 등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국세청의 e-행정화가 진척되면 지방세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사업자 비중이 큰 의료보험. 국민연금과 관련한 보건복지부 등 여타부처의 행정이나, 그리고 한전.한국통신 등도 e-서비스화는 바로 다음 수순이다. 국세청의 E메일 주소 접수, 한국의 'e-경제화' 에 엄청난 해일이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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