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 '문학소녀'는 설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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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학창시절 시와 소설을 즐겨읽던 40대 주부 임정옥(서울 개포동)씨는 가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심심찮게 나붙는 '백일장' '글쓰기 대회' 공고를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는 것.

하지만 이번엔 뭐든 꼭 써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어도 이런저런 집안일에 신경을 쓰다보면 어느새 참가 기간을 놓치기 일쑤다.

나이가 들어도 영원한 '문학소녀'들. 각 문화센터 작가 과정은 중년 여성들로 일찌감치 마감된다. 40대에 첫 소설을 발표한 박완서씨처럼 늦깎이 등단을 꿈꾸는 주부들도 많지만 생활에 찌든 감성을 되찾고 싶어하는 아마추어들도 적지 않다.

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www.azoomma.com)의 황인영 대표는 "아이와 집안일에 정신없이 쫓기는 여성일수록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의 '사이버작가방'처럼 주부들이 아마추어 작가로서 날갯짓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여성 관련 사이트마다 가장 인기있는 코너 중 하나다.

올 가을 이들이 눈여겨볼 만한 글쓰기 행사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문화단체나 여성.주부단체들이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행사가 있다. 매년 10월 중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여는 '마로니에 전국 여성 백일장'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22회를 맞는다. 산문.시.아동문학 부문으로 나뉘며, 수상작은 '월간문학'과 '시문학' 및 '아동문예'에 실린다.

대한어머니회중앙연합회가 작품을 공모 중인'전국 여성 독후감대회'의 경우 선정된 작품에 문화관광부 장관상과 여성부 장관상 등이 수여된다.

대기업에서 공모하는 문학상은 상금도 제법 짭짤하다. 격년마다 열리는 동서식품의 '동서커피문학상'은 총상금이 4800만원이다. 대상 수상자는 '월간문학' 에 추천작가로 등단의 기회를 얻는 등 이제 신인작가 등용문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대기업 사보로는 CJ의 '생활 속의 이야기'가 지난해부터 'CJ문학상'을 개최해 여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반인 대상이지만 제1회 응모자 1700여명 중 80% 정도가 여성이었다.

각 지방 축제 행사 가운데에도 백일장이 있는 경우가 많다. 10일부터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었던 강원도 봉평에서 열리는 효석문화제 때도 '전국 효석백일장'을 연다.

사이버상에 펼쳐지는 다양한 공모전은 '왕초보'들도 쉽게 도전해볼 만하다. 한국여성재단이 화장품회사 모라사비나와 함께 여름휴가 사연을 공모 중이고, 남양유업은 계절별로 '남양아이 백일장'을 연다.

이 밖에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도 여성이나 주부대상의 백일장을 9~10월 집중적으로 개최한다.

수상자들은 동두천시 주부백일장 입상자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소요문학회처럼 이후 동호회를 결성, 꾸준한 습작 활동으로 문인들을 배출하기도 한다. 또 글쓰기를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해 부업의 수단으로 삼는 여성들도 있다. 포털사이트'줌마네'(www.zoomanet.co.kr)는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라는 제목의 자유기고가 양성 과정을 9일부터 진행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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