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종 플루 대책 사각지대에도 세심한 배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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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정부가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염병 단계를 ‘심각’으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으며, 16일부터는 전국 초·중·고교생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이달 들어 사망 환자가 4명, 현재 역학조사 중인 환자가 10명에 머문 것도 정부와 국민의 총력 대응태세의 결과로 보여 다행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신종 플루에 대한 정부의 여러 가지 대책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전국 163만 명에 달하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들이다. 이들은 신종 플루가 의심돼도 확진 검사를 꺼린다고 한다. 판정에 드는 13만원가량의 검사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을 찾지 않고 일반 독감 감기약으로 버티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미취학 어린 자녀는 더욱 취약하다. 신종 플루 고위험군(59개월 이하)으로 분류돼 있지만, 백신을 맞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1만5000원가량의 접종비를 내야만 한다. 자칫 이런저런 이유로 접종을 기피할까 우려된다. 심지어 ‘감염되면 정부가 무료로 지원하는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휴업에 들어간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받지 못해 졸지에 굶는 저소득층 학생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무료급식 대상은 전국에 66만 명이다. 정부는 휴업할 경우 해당 학교가 자치단체에 무료급식 명단을 통보해 도시락을 지급하고, 일부 휴업할 때는 인근 식당의 식권을 주도록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잘 챙겨지지 않고 있다고 하니 관련 당국자들이 보다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

물론 정부로선 신종 플루의 확산 방지가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각지대를 방치하다간 확산 방지에도 역풍을 초래하고, 저소득층을 더욱 춥고 고통스러운 겨울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산과 인력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지혜와 정성을 모으는 노력이 보다 더 필요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발족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가 아니겠는가.